숙련 노동자의 실직을 막기 위해 경남 거제시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거제형 조선업 고용유지 모델’의 첫 적용 사례가 나왔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나서 하청 노동자의 정리해고를 막아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거제시는 명천(대표 차상문) 및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지회장 김형수)와 ‘거제형 조선업 고용유지 모델’ 참여를 위한 노사 합의서를 맺었다고 1일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업체인 명천의 근로자들은 지난달 27일 대우조선해양 1도크 48m 높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였다. 시는 여섯 차례의 협의와 면담을 거쳐 거제형 조선업 고용유지 모델을 제안해 고공농성 3일 만에 분쟁을 마무리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합의서에서 사측은 해고 통보자 중 사직서를 내지 않았던 3명의 노동자에게 11월 임금을 지급하고 거제형 조선업 고용유지 모델을 활용해 고용을 유지할 것을 약속했으며 근로자들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고공농성 등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었던 협상을 가능하게 한 거제형 조선업 고용유지 모델은 시가 지난달 4일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화했다. 이 모델은 조선업 수주 회복기를 대비하고 물량이 현실화될 때까지 숙련 인력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4개 분야 9개 사업에 총사업비 877억원을 투입한다.
지역특화형 직업훈련 장려금 지원과 고용유지 장려금 지원, 특별 고용 및 경영안정자금 융자, 조선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 지원, 외부배정물량 재조정을 통한 고용유지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펴는 고용위기 대응 토털 케어 모델이다.
명천의 근로자들은 ‘지역특화형 직업훈련’과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적용받아 고용을 유지하게 됐다.
거제 지역 조선업은 2015년 이후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더해져 국제 해상물동량 감소와 유가 급락을 초래했고, 이는 조선 수주량 급감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는 지난 5월 카타르와의 100척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슬롯계약 체결 등으로 조선업 회생에 대한 희망이 조금씩 싹트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회복기와 수주 물량이 현실화되는 시기는 2022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올해 말 협력사를 중심으로 인력 이탈이 일어나고 있어 내년까지가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협력업체 명천의 사례는 상생을 위한 양보와 타협, 거제형 조선업 고용유지 모델의 작은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거제형 조선업 고용유지 모델을 통해 협력사 노동자의 고용을 안정화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거제=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