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에서 7중주곡은 많지 않다. 악기를 어떻게 편성할지부터 정형화되지 않아 작곡가 입장에서 고민스러울 듯싶다. 그런데 (2주 후면 탄생 250주년을 맞는) 젊은 날의 베토벤이 매혹적인 칠중주곡(1800)을 남겼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의 현악기 네 대와 클라리넷, 바순, 호른의 관악기 세 대 편성이다.
베토벤의 열정적이고 진지한 기질을 생각하면 가벼운 분위기의 이 곡은 베토벤답지 않고 중요한 작품도 아닐 것이라고 단정하기 쉽다. 여섯 개 악장 구성도 이전 시대의 유희적인 디베르티멘토나 세레나데를 닮았으니 구시대적 취향으로 폄하할 수 있다. 하지만 베토벤은 역시 베토벤이다. 싱거운 농담이 아니라 잔잔한 행복감을 안겨주는 기품 때문이다. 게다가 연주 시간이 40분을 넘으니 나름 대곡을 듣는 기분도 든다. 슈베르트는 이 곡의 편성에 바이올린 한 대를 추가한 팔중주곡(1824)으로 베토벤에 대한 존경을 표시했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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