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3년간 유통 혁신과 디지털 혁신에 성공해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이 되도록 만들겠습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사진)은 30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4년 임기의 첫해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사투로 보냈다. 농협 각 판매망을 통해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고 농가 경영자금을 지원하는 업무 등에 주력했다.
이 회장은 “이제는 코로나19로 미뤄뒀던 농협과 농업의 산적한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혁신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농가 일손 부족 현상이 심해지는 등 농업과 농촌 현실은 악화됐지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환경을 보존하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유통 혁신과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면 위기를 충분히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농업이 난관에 빠져 있습니다.“농가 고령화율이 지난해 46.6%까지 높아지고, 25년 전 도시근로자의 95.7% 수준이던 농가 소득은 지난해 62.2%로 낮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농가의 일손 부족 현상이 나타났고, 태풍으로 농작물 피해를 입어 농민들의 고통이 심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변화를 통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유통 혁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계기가 무엇인지요.“제가 사는 경기 성남시 일대의 롯데마트가 최근 잇따라 문을 닫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습니다. 오프라인 점포가 온라인 쇼핑으로 본격 대체되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얼마 전엔 SK가 아마존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는 기사도 접했습니다. 굴지의 대기업들도 유통을 혁신하기 위해 몸부림치는데 농협이 정체돼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체적인 유통 혁신 전략은 무엇입니까.“쿠팡과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온라인 배송 부문의 경쟁에 뛰어들 계획입니다. 하나로마트를 중심으로 2023년까지 전국 당일배송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주요 지역에서는 아침에 주문하면 점심 먹기 전 식재료를 받을 수 있도록 2시간 내 배송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작년 6월 91만 명에 그쳤던 농협몰 회원이 올 10월 말 342만 명으로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디지털 혁신도 강조했는데요.“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46.28㎡ 규모 스마트팜에서 연간 50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곳을 견학하고 왔습니다. 이와 비슷한 몇 가지 시범 사례를 농협대에 설치해 학생 및 교수진과 실증 연구를 하고 결과가 좋으면 일반 농업인에게도 공급할 계획입니다. 또 지역농협에 디지털 DNA를 심기 위해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디지털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직원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과 한국판 뉴딜을 추진 중입니다.“농협도 적극 동참할 생각입니다. 우선 영농형 태양광 시설을 농촌에 설치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기존 태양광 시설과 달리 성인 남성 키 높이로 시설을 설치해 아래쪽 땅에서 농사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친환경 에너지 확산과 농민의 농외 소득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NH투자증권에서 일부 사모펀드 판매로 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농협 계열사에서 옵티머스 사태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 대단히 송구합니다.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항목을 자회사 평가에 반영하는 등 투자 프로세스 모니터링을 강화하겠습니다.”
▷계열사 대표이사들의 임기가 지나치게 짧아 책임경영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계열사의 책임경영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합니다. 금융지주 계열사 대표이사는 2년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올초 취임 후 대표이사 인사를 모두 한 만큼 올해 말 대표 교체는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강진규 기자/사진=강은구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