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대한항공이 왕산레저개발 매각 등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칸서스·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자회사 왕산레저개발을 매각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매각 대금은 1300억원이고, 매각 완료 시기는 내년 1분기께로 예상된다. 왕산레저개발은 레저시설 왕산마리나를 운영하는 대한항공의 100% 자회사다.
대한항공의 자구계획 중 핵심으로 꼽히던 송현동 부지 매각이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난항을 겪으면서 다른 비주력 사업부 매각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문제를 둘러싼 서울시와의 갈등에 대해 국토교통부장관의 지도·조언 권한 발동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지난 27일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상태다. 서울시가 종로구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사유지를 공원으로 지정하고 이를 매입하기 위한 협상 과정에서 `계약날짜를 특정하지 말자'고 주장한 데 대해 진정서를 제출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국내 2위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기내식·기내면세점 사업을 9906억원에 넘기기로 했다. 또한 제주 연동 사택을 매각해 419억원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이 같은 자산 매각을 통해 올해 총 1조5000억원, 내년까지 누적 기준 2조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 자구계획이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유동성 위기를 피하기 위한 노력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계약금 3000억원과 영구채 3000억원 등 6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한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운명을 결정하는 법원의 판단이 이르면 이날 혹은 다음달 1일 중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KCGI(강성부펀드) 측이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이날이나 다음달 1일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인수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반면 인용한다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진그룹과 KCGI는 법원 결정을 앞두고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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