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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할인마트면 카카오는 명품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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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명품을 내세워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가 소상공인들이 공급하는 대중 소비재 위주로 판매하는 ‘할인마트 전략’을 썼다면, 카카오는 명품 중심의 ‘고급 백화점 전략’을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톡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타깃 마케팅이 주무기다. 카카오가 명품을 넘어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명품 브랜드 줄줄이 카카오톡으로
카카오톡을 내놓은 2010년부터 카카오 온라인 커머스 부문의 주 수익원은 선물 전달 쿠폰 ‘기프티콘’이었다. 주요 상품군은 모바일로 가볍게 선물할 수 있는 커피, 디저트 등으로 범위가 좁았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전략을 바꿨다. 지난해 8월 ‘카카오톡 선물하기’ 홈 화면에 명품 화장품 브랜드 제품을 쇼핑하고 직접 배송받을 수 있는 ‘명품화장품’ 테마관을 열었다. 올 2월엔 상품군을 지갑, 핸드백, 주얼리 등으로 확장하며 ‘명품선물’로 테마관 이름을 바꿨다.

인지도 높은 명품 브랜드도 공격적으로 유치했다. 작년 8월 디올을 시작으로, 올 2월 구찌·프라다·버버리, 7월 샤넬, 이달엔 몽블랑 등이 카카오톡에 입점했다. 현재 카카오톡에 입점한 명품 브랜드는 100여 개에 달한다. 자체적으로 명품 상품으로 분류한 ‘하이엔드마켓’ 거래액은 2018년 572억원에서 작년 1153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두 배 넘게 성장해 2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올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는 럭셔리, 매스티지(대중적 명품)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 온라인 명품 시장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명품 시장 유통 채널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1%에서 지난해 12%까지 늘어났다. 2025년에는 이 비중이 3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후발 카카오의 차별화 전략
카카오가 명품에 집중하는 것은 플랫폼 경쟁자인 네이버가 대중 소비재 영역을 선점한 상황에서 필연적 선택이란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모든 것이 검색되는 쇼핑 플랫폼’을 표방하며 상품이 다채로운 대중 소비재 영역을 주로 공략했다. 2%의 낮은 거래 수수료, 무료 전자상거래 웹사이트 개설 등 적극적인 중소상공인 유치 전략을 썼다. 그 결과 현재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중소상공인은 38만 명에 달한다.

반면 카카오는 2018년 카카오커머스를 분사하며 본격적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먹거리 구상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나온 것이 명품 중심의 ‘고급 백화점 전략’이다. 윤을정 신영증권 연구원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자상거래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겹친다”며 “명품 공략은 후발주자로서 카카오의 차별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명품은 대중 소비재보다 마진율이 높다는 게 장점이다. 카카오커머스에 따르면 럭셔리 상품의 마진율은 25% 이상, 준명품인 매스티지 상품은 10~25%다. 대중 소비재인 매스 상품은 10% 미만이다. 국내 럭셔리·매스티지 시장 규모는 각각 14조원, 177조원에 달하지만 온라인화가 더디다. 이 시장을 선점해 독보적인 영역을 확보한다는 게 카카오의 전략이다.

유통업계에선 카카오의 명품 시장 공략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온라인 명품 시장은 트렌비, 머스트잇 등 소규모 전문 플랫폼이 진출했던 영역이다. 네이버쇼핑도 명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전문 플랫폼의 상품을 간접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강자 카카오의 명품 시장 진출에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란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위협적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으로 푸시 알람을 넣어주는 ‘톡채널’ 서비스를 통해 명품 신상을 홍보할 수 있다.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등의 구매 패턴 데이터를 기반으로 명품에 관심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맞춤형 홍보도 가능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명품 시장은 소수의 사람이 큰 규모의 거래액을 차지하는 특징이 있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마케팅이 중요한데, 카카오는 그런 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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