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무대에 올라가는 뮤지컬보다 훨씬 가볍다. 유머 섞인 말장난도 자주 나오고 각 인물의 엉뚱한 상상 장면도 불쑥 튀어나온다. 다양한 배경의 이미지도 합성해 재밌게 편집했다. 국내 최초 웹뮤지컬 ‘킬러파티’(사진)는 웹 드라마, 웹 예능 등 웹 콘텐츠 특유의 가벼움과 참신함을 내세운다. 이를 통해 코로나 시대 공연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 작품은 ‘엑스칼리버’ ‘엘리자벳’ 등 대형 창작 뮤지컬을 만들어온 국내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의 자회사 EMK엔터테인먼트가 만들었다. 15분 이내의 짧은 영상으로 제작한 쇼트폼(short form) 콘텐츠로, 지난 23일 네이버 V라이브에서 공개했다. 총 9개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으며, 가격은 2만6400원이다. 양준모, 신영숙, 알리, 함연지 등이 출연했다.
이야기는 신순경(신영숙 분)이 양수리 한 저택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해결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시작된다. 영상은 공연장이 아닌 각 배우들의 집에서 찍었다. 배우들끼리도 서로 만나지 않고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 9명의 캐릭터가 식탁에 함께 둘러앉아 있었던 것으로 나오는데, 이 장면도 비대면으로 촬영됐다. 캐릭터의 얼굴을 자리에 배치하는 식으로 처리했다. 낯선 설정이지만, 어색하기보다 기발하다는 인상을 준다.
각 배우들의 집으로 공간이 한정되다 보니 약간의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작품은 인물들의 상상 속 장면을 반복적으로 배치해 이 문제를 완화한다. 상상 속 장면이 나올 때마다 바다, 숲과 같은 다양한 배경을 합성해서 보여준다. 독특한 시도와 편집에 네티즌도 “창의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혼자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상대가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활약이 눈길을 끈다.
친근하고 중독성 강한 넘버(삽입곡)도 인상적이다. 총 19곡이 들어가 있는데, 대부분 밝고 경쾌하다. 뮤지컬 ‘마타하리’와 ‘웃는남자’ 등에 참여한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가 ‘킬러파티’의 넘버를 만들었다.
매회 캐릭터 한두 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다. 이야기 전체가 하나로 합쳐지기보다 급하게 마무리된다는 인상을 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