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검사장, 일선 지검·고검 검사장, 평검사들에 이어 전직 검사장들까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집행정지 처분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공상훈 전 인천지검장 등 전직 검사장 34명은 27일 입장문을 내고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직무 집행정지 처분은 검찰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법률의 규정에도 맞지 않게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을 정지시킨 조치는 상당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망각한 것이며,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무시하는 위법·부당한 조치"라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검찰 개혁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공고히 하고 검찰이 인권옹호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추 장관의 최측근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지검장이 이끌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 또한 직무집행 정지가 "위법·부당하다"며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일동은 26일 저녁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성명을 내고 "몇개월간 지속된 일련의 사태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집행정지 처분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법무부 장관의 조치는 법률로 보장된 검찰총장 임기제의 취지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헌법 이념인 적법 절차 원칙과 법치주의에 중대하게 반하는 것으로, 그 목적과 절차의 정당성이 없어 위법·부당하다"고 했다.
앞서 조상철 서울고검 검사장, 강남일 대전고검 검사장, 장영수 대구고검 검사장, 박성진 부산고검 검사장, 구본선 광주고검 검사장, 오인서 수원고검 검사장 등 전국의 일선 고검장 6명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윤 총장 직무배제 판단을) 재고해달라"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국 일선 지검과 고검을 이끄는 검사장 17명도 성명을 냈다. 이들은 "검찰의 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자 하는 검찰개혁의 목표가 왜곡되거나 그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와 징계 청구를 냉철하게 재고하여 바로잡아 달라"고 성토했다.
지난 24일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직무 집행정지를 명령했다. 이후 검사들의 집단 반발이 확산되는 추세다.
추 장관은 검찰 내 집단 반발이 이어지자 "윤 총장의 비위의 심각성과 중대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입장문을 내고 "사상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로 검찰조직이 받았을 충격과 당혹스러움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검사들의 여러 입장 표명은 검찰조직 수장의 갑작스런 공백에 대한 상실감과 검찰조직을 아끼는 마음에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대내외의 다양한 의견들을 충분히 참고하여 법과 절차에 따라 징계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윤 총장 업무배제에서 가장 파급력이 큰 부분은 '판사 불법사찰' 관련 내용이다. 추장관이 지적한 윤 총장의 징계 청구 사유 여섯 가지 가운데, '재판부 사찰 의혹'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혐의다.
취미나 떠도는 소문 같은 가벼운 내용도 있지만, 추 장관 언급대로 과거 세월호나 전교조 등 주요 정치적 사건을 어떻게 판결했는지, 우리법 연구회 활동 이력이나 법원행정처의 '물의 야기 법관 명단' 내용도 담겨 있다.
추 장관은 윤 총장 측이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공개한 것을 문제삼으며 윤 총장의 핵심 비위혐의로 내세웠다. 하지만 문건 전문이 공개되면서 문건 내용을 불법 사찰의 결과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 총장 측은 문제가 전혀 없다며 논란이 된 대검찰청 문건을 공개했는데, 법무부는 중대한 범죄라며 수사 의뢰로 맞불을 놨다.
여권에서 일제히 윤 총장의 재판부 사찰을 문제삼는 상황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8년 전 트위터에 '불법사찰'에 대해 정의를 내려놓은 것도 재조명됐다.
당시 조 전 장관은 직무감찰과 불법 사찰의 차이점에 대해 "첫째 공직자 공무와 관련이 없는 민간인을 대상을 삼는 것은 불법"이라며 "대표적인 것이 김종익 KB한마음대표, 박용현 한겨레21 편집장에 대한 사찰"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대상이 공직자나 공무관련자라 하더라도 사용되는 감찰방법이 불법이면 불법이다"라며 "예컨데 영장없는 도청, 이메일 수색, 편지 개봉, 예금계좌 뒤지기 등이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조만대장경은 어두운 세상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등대다"라면서 "정권에서 자꾸 언론을 혼란시키는데 '사찰의 정의는' (조 전 장관이 말한) 이것이다. 세계적인 법학자의 말이니 참고하라"고 비꼬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