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은행들이 처한 상황은 카카오톡이 나오기 직전의 문자메시지(SMS) 업체들과 같습니다. 기존 영역에만 집착하다간 도태될 수 있습니다.”
가상자산(가상화폐) 수탁 서비스 기업 한국디지털에셋(KODA·코다)의 출범을 이끈 문건기 KODA 대표 겸 해치랩스 공동대표와 김서준 해시드 대표, 조진석 국민은행 IT기술혁신센터장은 26일 한경닷컴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 같은 위기감을 내비쳤다. 이들은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회사 페이팔이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를 공식 출시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 제도권 결제망을 전혀 활용하지 않는 금융 서비스가 나오는 상황에서 더 이상 혁신을 미룰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문 대표는 “가상자산이 금융계의 인터넷이 될 것이라고 한 브라이언 브룩스 미국 통화감독청장의 발언을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 등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가상자산 생태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일본에서도 노무라 금융그룹이 수탁 사업에 나서는 등 해외 금융기업들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센터장은 “향후 KODA와 연계해 KB금융그룹 내에서 다양한 신사업 및 서비스 발굴을 고려하고 있다”며 “정부 가이드라인을 철저하게 준수하면서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젊은 세대일수록 가상자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이미 상당수가 이를 보유하고 있다”며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은행이 가상자산을 취급하지 못하게 돼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다”고 말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