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이양에 협조하지 않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백기를 들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24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당선인이 대통령 일일 정보브리핑을 받을 수 있도록 공식 승인했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전날 밤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바이든 행정부로의 정권 이양 작업이 공식적으로 이뤄진다”며 “연방총무청장이 정권 이양 승인을 위한 확인을 했으며 부서마다 담당자를 지정해 바이든 인수위원회와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언제 첫 브리핑을 받을지 조율 중이다.
일일 정보브리핑은 정보당국이 미국 국가안보와 관련한 기밀 첩보를 정리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서류다. 대통령과 핵심 참모만 읽을 수 있고 종종 정보당국이 대면 브리핑을 하기도 한다. 대통령이 국가안보와 관련한 결정을 신속·적절하게 내리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에 대통령 당선인도 원활한 정권 인수를 위해 당선 직후 함께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으로 일일 정보브리핑을 받지 못했다.
바이든 인수위는 전날 홈페이지 주소를 ‘.com’에서 ‘.gov’로 바꿨다. 연방총무청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절차에 들어가면서 곧바로 홈페이지 주소를 정부기관에 맞게 바꾼 것이다. 인수위는 630만달러(약 70억원)의 연방자금을 받는 것은 물론 부처 및 기관에 대한 접근권과 업무 공간도 제공받게 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 등 6명의 외교안보팀 지명자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동맹과 함께할 때 최강”이라고 밝혔다. 그는 차기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이 ‘미국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주도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이 다자주의의 새로운 시대로 다시 진입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방주의와 힘을 강조했던 트럼프 시대와 결별하고 다자주의와 외교를 강조하는 노선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CNN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트럼피즘에 대한 근본적인 거부”라며 “외교안보팀이 동맹을 강조하는 등 미국의 전통적 접근법을 따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