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자는 이미 몇 달부터 줄 섰죠. 서울은 당연하고 판교랑 분당, 용인까지 사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팔겠다는 사람은 없으니 문제죠. 일단 여기에 연락처 남겨주세요. 기대는 크게 하지 마시구요. "(신흥동 A공인중개사)
경기도 성남 분양권 시장이 얼어붙었다. 매도물량이 거의 나오지 않으면서 매수자들만 속이 타고 있다. 오는 30일 중원구 일대에서는 금광동 금광1구역을 재개발한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5320가구)과 '하늘채랜더스원'(2411가구) 등에서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릴 예정이다. 지난해 5월 분양 후 1년 6개월의 전매제한 기간이 지나서다. 일반분양분으로 나온 가구수는 두 단지를 합쳐 3329가구에 달한다.
지난해 분양 당시만 하더라도 '뜨거운 분양권 시장'이 예상됐다. 하지만 전매제한 해제를 얼마 앞둔 현장 분위기는 예상과 달랐다. 매수자들의 전화와 카톡 문의에 공인중개사들의 전화만 불날 뿐이었다. 1년 6개월 동안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건 물론이고 전세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매도자 매수자 모두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니 매물이 나올리 없었다. 조합원이 내놓은 입주권 정도가 간간히 나올 뿐 분양권은 자취를 감췄다. 양도소득세 부담도 매물이 줄어든 이유다.
전세난에 분양권 대기명단까지 등장
26일 수정구 일대의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과 하늘채 랜더스원에서 나온 분양권은 거의 없는 상태다. 그렇다보니 올해 입주한 산성역 포레스티아(4089가구)와 같이 주변 매물을 권하거나 대기명단을 따로 받아두기도 했다.신흥동의 B공인중개사는 "전매제한 해제를 앞두고 일주일 전부터 서울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 매수문의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면서도 "물건을 선뜻 내놓겠다는 매도자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 전용면적 74㎡의 분양권을 10억원에 매도하겠다는 연락이 있었는데, 이 마저도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분양가가 5억5000만원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4억5000만원의 웃돈이 붙은 셈이다.
또다른 C공인중개사는 "하늘채랜더스원의 전용면적 84㎡의 분양권이 12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나왔고 59㎡형도 8억5000만원에 호가가 나온 상태다"며 "대부분 분양가 대비 웃돈이 2배 수준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분양가 대비 호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전용 59㎡는 4억원 이상, 84㎡는 7억원이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신흥동 산성역 포레스티아 전용 84㎡는 지난 6월 11억5000만원에 매매됐고, 이후로 거래가 끊긴 상태다. 매물은 거의 없는 상태이고, 호가는 최고 14억원에 달한다. 전셋값은 7억~8억원대다. 상반기 입주당시 전셋값은 5억원대였지만, 임대차법이 시행되고 최근들어 2억~3억원이 올랐다. 주변 새 아파트 시세가 급등하다보니 분양권 가격도 뛰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올해 성남 아파트값은 (11월16일기준) 4.70% 올랐다. 분당구는 3.18%로 낮은 상승률을 나타낸 반면, 수정구(9.26%)와 중원구(7.09%)는 상승했다. 전셋값도 마찬가지다. 성남의 전셋값은 5.63% 올랐고, 분당은 4.07% 오르는데 그쳤다. 하지만 수정구(10.26%)와 중원구(8.17%)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다운계약 없어져 세금 부담 커져…매도자 "분양권 팔고 나도 살집 없다"
분당구는 분당 및 판교신도시를 품고 있고 수정구에는 위례신도시가 있다. 수정구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고 낙후됐다는 이미지에 여수지구 정도만 있었다. 올해들어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면서 공사중인 새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수정구는 구도심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새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세입자들이 단골로 찾는 지역이 됐다. 기존에 입주권이나 분양권 보유자들은 당장의 차익 실현 보다는 입주시에 시세 상승에 관심을 두고 있다.매수자들도 집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이나 수정구 위례신도시에서 전세난에 내 집 마련에 나선 수요자들은 분양권을 어떻게해서든 구하려고 하고 있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르면 아예 내 집 마련이 어렵다고 봐서다. 더군다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3기 신도시는 경기도 동남권에 공급되는 물량이 거의 없다. 무주택자들의 분양권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여기에 매도자들의 발목을 잡는 이유는 '세금'이다. 과거에는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다운계약'이 판치기도 했지만,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 이러한 불법거래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제 값을 다준 정상 거래를 하자니 세금이 만만치 않아서다. 매도자들은 세금을 내느니 더 보유하고 있거나 실거래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다.
지난해 5월 분양을 마친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의 경우 보유기간이 1년 이상 2년 미만에 속하기 때문에 1주택자라면 양도소득세가 40% 적용된다. 분양권을 내놓지 않고 입주 이후 2년간 실거주 하게되면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매도자들이 마음을 돌린 이유로 '전세난'이 큰 몫을 했다는 게 일대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한 공인중개사는 "매도자들이 10억원 짜리 아파트를 팔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해도 세금 내도 뭐하면 같은 가격의 아파트를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다"라며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다보니 팔고 차익실현을 하기 보다는 일단 가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성남= 김하나 / 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