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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은행들 수탁업무 거절에 위기에 빠진 부동산 자산운용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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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은행들 수탁업무 거절에 위기에 빠진 부동산 자산운용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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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11월20일(04: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여파로 시중 은행들이 펀드 수탁 업무를 중단하거나 수탁 수수료를 크게 올리면서 부동산 자산운용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순조롭게 이뤄지던 대형 오피스 빌딩의 거래가 무산되는 등 펀드 수탁 은행을 찾지 못해 거래가 중단되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의 충격에 이 같은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중소형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펠자산운용은 지난달 중순 서울 여의도동 ‘여의동 파이낸스타워’의 인수 우선협상자로 KB자산운용을 선정하고 자산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지하 7층~지상 19층, 연면적(건축물 바닥면적의 합) 4만2346㎡ 규모의 오피스 빌딩이다. 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이 제시한 인수가는 3000억원 초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이 빌딩의 인수 우선협상자는 케이리츠투자운용이었으나 지난 9월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로 거래가 틀어졌다. 케이리츠투자운용이 정해진 기간 안에 펀드 설정을 완료하지 못해 거래가 무산됐다. 펀드에 투자할 투자자까지 확보했지만 펀드 자금을 맡아줄 수탁 은행을 찾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수탁 은행 찾기 힘들어져

법에 따라 펀드를 설정하기 위해선 펀드 자금을 보관해줄 수탁사가 있어야 한다. 수탁사는 운용사와 계약을 맺고 수탁 수수료를 받는 대신 펀드 계좌의 입출금 등을 관리한다. 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매매대금을 결제하고, 환매 요청이 들어오면 자금을 내보내는 역할이다. 국내에선 주로 은행들이 펀드 수탁업을 담당하고 있다.

펀드 수탁업무를 맡아줄 은행을 구하기 힘들어진 건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여파 때문이다. 이 사건들 이후 수탁사인 은행들이 펀드에 대한 관리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자에 대한 직접적인 보호 의무, 배상 책임은 펀드 운용사와 판매사의 몫이지만 수탁사 역시 선량한 관리자로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힘써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사모펀드 건전 운용을 위한 행정지도안’을 발표하고 수탁기관이 매월 1회 이상 사모펀드 운용사와 펀드의 자산 보유 내역을 비교해서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증빙자료를 보관하도록 하는 등 수탁사의 책임을 강화했다.

◆중소 운용사는 수탁 서비스 거절

수탁 업무에 따르는 책임과 리스크가 커지면서 은행들 사이에선 신규 수탁 계약을 체결을 가급적 미루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부동산펀드의 경우 등기부등본상에 펀드 소유 자산의 명의가 수탁사 이름으로 돼 있어 임차인과의 소송 등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더 높아 기피 대상이 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규모가 작거나 업력이 짧은 운용사의 경우에는 애초에 수탁 서비스를 거절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케이리츠투자운용도 2007년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자산관리회사로 시작해 현재 7300억원 규모 리츠 자산을 운용하고 있지만 부동산펀드 운용에 뛰어든지는 1년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게 수탁 업무를 거절당한 이유로 꼽힌다.

국내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높은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최근에는 투자자를 구해놓고도 수탁 은행을 구하지 못해 펀드를 설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특히 업력이 오래되지 않은 신생 운용사의 경우에는 수탁 은행 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연 0.02%이던 수수료도 0.07%까지 뛰어

어렵사리 수탁은행을 구하더라도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수탁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원래 부동산펀드의 수탁 수수료는 연 0.02% 수준이었지만 최근엔 0.07%까지 치솟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이 받는 연간 펀드 운용 수수료가 0.15~0.35% 수준이란 걸 감안하면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한 대형 부동산 자산운용사 본부장급 임원은 “업력이 오래되고 운용자산 규모가 큰 메이저 업체들은 어떻게든 구하려고 하면 수탁은행을 찾을 수는 있다”면서도 “운용 수수료는 점점 줄어드는데 갑자기 수탁 수수료가 3, 4배가 뛰면서 과거보다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수탁 업무 거절로 신규 펀드 설정이 가로막혔다는 부동산 자산운용업계의 불만에 대해 은행권에선 당분간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이후 수탁사의 책임이 강화됐고 이에 따라 수탁업무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도 늘어난 만큼 수탁 기준을 높이고, 수수료율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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