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는 고객을 놀라게 하고 감동시킨다. 사업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2018년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이 연례회의에서 한 말이다. 그는 20년 넘게 코스트코에 투자했다. 그러던 버핏이 코스트코 주식을 처분했다.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온다. 현지에서는 버핏이 유통업종에서 코스트코를 버리고 아마존에 베팅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보고서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는 지난 3분기에 13억달러(약 1조4521억원)어치의 코스트코 주식을 모두 팔았다.
시장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장기 투자하는 버핏이 코스트코의 철학에 공감한다는 의사를 계속 밝혔고, 벅셔해서웨이 이사 두 명이 코스트코 이사회 멤버이기 때문이다. 코스트코의 실적도 좋았다. 코로나19 충격이 시작된 2월부터 10월까지 미국 매장 매출은 작년 대비 13.6% 늘었고 해외 매출은 19% 급증했다. 주가는 올 들어 30% 올랐다.
이에 따라 당장의 실적이 아니라 장기 전망을 보고 버핏이 유통업체 중 아마존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후파이낸스는 “코스트코는 중국 한국 등 해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고 전자상거래 부문 투자를 늘리는 등 성장동력이 충분하다”면서도 “이것이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이긴다는 뜻은 아니라고 (버핏은) 판단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버핏의 투자 원칙에 변화가 생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버핏은 ‘쉬운 기업’에 투자했다. 수익 구조나 기업 철학을 이해할 수 없을 때는 투자하지 않았다. 기술주 투자를 기피했다. 벅셔해서웨이는 1999년 처음으로 코스트코 주식 35만5000주를 매수한 뒤 올해 2분기 430만 주로 늘렸다. 6월 말 기준 버핏이 보유한 코스트코 지분 가치는 13억달러까지 불었다. 20년 동안 코스트코 주가는 50달러대에서 300달러대로 여섯 배 뛰었다. 미국 투자정보매체 구루포커스는 버핏이 코스트코에서 462%의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버핏이 달라졌다. ‘성장주’ 투자를 늘리고 있다. 거들떠보지 않던 공모주에도 투자했다.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스타트업 스노플레이크 공모주에 투자했고 지난해 1분기에는 처음으로 아마존 주식을 매입했다. 현재 아마존 전체 지분의 0.1%에 해당하는 53만 주를 들고 있다. 2016년 5월 처음으로 애플 주식 1000만 주를 매입한 뒤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 애플은 현재 벅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최예린/한경제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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