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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산호초·해조류와 만나는 '바닷속 가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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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산호초·해조류와 만나는 '바닷속 가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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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그리고 싶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단풍 구경도 못 가고 집에만 있으니 1월인지 10월인지는 달력을 보고서야 알죠. 그래도 가을을 느끼고 싶어서 바다에 계절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빨강 파랑 주황색을 많이 써서 단풍 느낌이 나는 바다 풍경을 만들어봤어요.”

바닷속 풍경을 수채화로 그리는 중견 여성작가 채현교 씨(49)가 가을 느낌이 물씬 나는 그림을 들고 왔다. 23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시작한 초대전 ‘나는 ‘어디’로 가고 있다’에서다.

채씨의 작품에선 푸른 바닷물을 배경으로 분홍, 연두, 초록, 파랑, 노랑, 보라, 주황 등 형형색색의 산호초와 해조류들이 세상에 없는 판타지를 연출한다. 분홍색, 주황색, 파란색 등 물고기들의 색깔도 컬러풀하다. 최신작을 포함한 수채화 근작 32점을 걸었다.

서울대 서양화과 출신인 채씨가 바닷속 풍경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대학 졸업반이던 1993년부터다. 지상의 세계와 달리 미지의 세계인 바닷속은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의식과 잠재의식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지금까지 열 차례 개인전 제목을 ‘나는 어디로 가고 있다’고 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언제나 어떤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은 강제로 소통을 중지당한 초유의 경험입니다.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나, 이것이 죽음을 향해 가는 삶인가, 아니면 살기 위해 사는 것인가 의문이 생기죠. 우리가 진정으로 살아 있으려면 생활은 갇혀 있어도 새로운 삶을 위한 도전과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개인의 경험에만 갇히지 않고 새롭게 창출한 세계, 그런 계절을 담고 싶었습니다.”

몸이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가을을 집 안으로 불러들이고, 바닷속을 가을로 물들였다는 얘기다. 그가 지향하는 ‘어디’는 이제 정처 없는 목표가 아니라 의지가 담긴 세계다. 그러면서도 그가 작품마다 다른 제목을 붙이지 않는 것은 보는 이들의 상상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채씨는 올해 들어 약 7년간의 공백을 깨고 소품부터 대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채씨의 작업은 형형색색의 물감들도 그렇지만 산호초며 해조류, 물고기 등을 섬세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 고도의 집중력도 필요하다. 그가 종이와 캔버스를 자유롭게 사용하면서도 수채화를 고집하는 것도 원하는 색을 섬세하게 구사할 수 있어서다.

특히 캔버스에 수채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닥종이풀과 다른 재료로 밑작업을 해야 한다. 바탕이 물감을 흡수하고 잘 발리게 하기 위해서다. 그는 “수채화는 질감, 색, 채도가 유화와 달라서 상상 속의 바다를 그리는 데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바닷속 풍경만 그리면 지루하지 않냐고요? 그럴 틈이 없어요. 실제로 있는 것만이 아니라 상상해서 그리니까요. 진짜 물고기도 그리고 상상의 물고기도 그리죠. 표현 대상이 무궁무진합니다. 바닷속 풍경에 높은음자리표도 있는데 한번 찾아보실래요?”

전시는 12월 17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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