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과반이 가입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같은 회사 내 소수 노조에 사측과 협의한 연봉 잠정합의안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이후 이뤄진 연봉협상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세종호텔노동조합 등이 호텔을 운영하는 세종투자개발과 세종연합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서울 명동에 있는 세종호텔에는 교섭대표노조인 세종호텔연합노조와 소수노조인 세종호텔노조 등 2개 노조가 활동해왔다. 세종호텔은 2014년 조합원의 과반수가 가입된 세종호텔연합노조와 연봉제 도입 확대를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연봉제를 적용받는 직원들은 전년도 개인별 평가에 따라 연봉조정률이 결정됐다.
세종호텔노조는 이에 반발했다. 세종호텔노조는 “회사가 소수노조인 세종호텔노조와 그 소속원에게 연봉제 도입에 관한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것도 아니다”며 “소수노조인 우리와 협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의안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연봉제로 바뀌면서 발생한 임금 차익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교섭대표노조인 세종호텔연합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호텔이 체결한 연봉제 규정이 무효이거나 효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연봉제 규정은 단체협약이 아니라 취업규칙이어서, 조합원 과반수가 가입한 세종호텔연합노조의 동의를 받았다면 소수노조인 세종호텔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였다. 연봉제 시행으로 세종호텔노조 소속 일부 구성원의 임금이 10% 이상 줄어든 데 대해서도 “피고 회사와 노동조합 및 연봉제 실시 대상자들 사이에 이뤄진 보수기준 등에 관한 합의의 결과이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2심 판단도 같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교섭대표노조가 소수노조를 차별한 것으로 봤다. 대법 재판부는 “교섭대표노조가 가지는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 소수노조인 세종호텔노조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함으로써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심은 공정대표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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