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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공단이 보험급여 지출한 건 의무일 뿐…손배 청구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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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공단이 보험급여 지출한 건 의무일 뿐…손배 청구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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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이어진 ‘담배소송’이 담배 제조회사의 승리로 끝이 났다.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제조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2014년 대법원 판례와 비슷한 결론이다. 이번 소송은 암환자와 가족 등 개인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는 국내 공공기관이 막대한 양의 검진·진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낸 소송이라 주목받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건보공단, 손해배상 청구권 없다”
담배소송에 얽힌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환자 개인이 아닌 건보공단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자격이 있는지 △유해성을 숨기는 등 담배회사 측 결함은 없었는지 △환자들의 질병이 흡연 때문에 발생했다는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다.

우선 법원은 건보공단이 손해배상을 직접 청구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즉 이번 사건에서 건보공단은 환자들을 대리해 소송을 낸 것이 아니라 공단이 손해를 봤다며 직접청구권을 행사한 것인데 그럴 권리 자체가 없다는 의미다. 앞선 대법원 판례에서는 정리되지 않았던 새로운 법리다. 재판부는 “원고(건보공단)가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보험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자금을 집행한 것에 불과하다”며 “건보공단은 비용을 직접 지출한 피해자로서 손해배상을 구할 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두 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2014년 대법원 판례와 같은 결론이 나왔다. 당시 암환자 유족 등 개인들은 ‘흡연 때문에 암이 발생했다’며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흡연은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고, 개인의 암 발병과 흡연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 역시 담배회사가 담배의 유해성이나 중독성을 은폐하지 않았음에도 흡연을 선택한 것은 흡연자의 의사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담배회사)들은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내용이나 19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판매를 금한다는 내용의 문구를 담뱃갑에 포함했다”며 “흡연이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담배 소비자들에게 널리 인식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흡연을 계속할 것인지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고 판시했다.

환자 질병과 흡연 사이의 인과관계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질병이 개개인의 생활습관이나 유전 등 흡연 외 다른 요인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흡연했다는 사실만으로 질병과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선 담배회사가 모두 이겨”
해외에서는 담배회사의 책임을 묻는 판결이 종종 나왔다. 1999년 미국에서는 주정부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내 약 280조원의 합의금을 받아낸 사례가 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해 ‘퀘벡주 담배소송’에서 흡연자의 피해를 인정해 회사 측에 약 12조80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반면 국내에서는 담배회사를 상대로 법원에서 이긴 사례가 없다. 법조계서는 담배사업의 ‘뿌리’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분석한다. 박교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담배회사가 대형 민간기업이고 마케팅 광고도 많이 한다”며 “광고에서 알려야 할 유해성 등을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다는 결함이 인정돼 그런 선고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한국은 담배, 인삼을 국가에서 먼저 만들었기 때문에 정부가 담배 성분에 관해 숨긴다거나 하는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이제는 민영화가 됐다고 하지만 그 출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사안이 다르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KT&G는 “재판부의 신중하고 사려 깊은 판단을 존중한다”며 “건보공단이 제조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채권이 성립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주한 한국필립모리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상무는 “법원은 대법원의 과거 판례를 충실히 따랐다”며 “흡연은 개인의 선택이고 흡연에 따른 위험성을 대중은 오랫동안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 일관된 결론”이라고 말했다.

남정민/박종필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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