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집'이란 '취업 대신 시집'이란 뜻의 신조어다. 결혼 후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전업주부를 자처하는 여성을 비꼬아 부르는 말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취집'에 대한 담론이 벌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나이를 밝히지 않은 여성 네티즌 A 씨는 "어떤 사람들은 '취집'을 욕하는데 내 생각엔 맞벌이할 거면 결혼 왜 하나 싶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요즘 외벌이 해서는 먹고 살기 힘드니까 맞벌이하는 여성들이 많다. 결혼하고 여자가 맞벌이를 유지했으면 하는 남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맞벌이가 필수인 남자와 결혼하는 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A 씨는 최근 남성들의 가사 분담률이 높아졌다곤 하지만 우리나라 남성들 중 '적극적'으로 집안일을 돕는 남자는 극소수라고 단언했다.
그는 "아이들 교육 신경 쓰는 것도 온전히 엄마 몫이다. 다른 나라엔 없는 명절 행사도 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자이거나 연봉이 높아 내 자식만큼 잘 돌봐 줄 베이비시터를 쓸 수 있는게 아닌 이상 맞벌이 결혼은 여자에게 손해"라고 강조했다.
A 씨는 여성이 육아와 가사를 도맡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되는 것에 대해 한탄했다. 그는 "애 낳으면서 늙고 애 키우면서 늙고 또 일하면서 늙고. 뼈 빠지게 맞벌이해도 돌아오는 건 골병 밖에 없지 않나 싶다"면서 "여자가 고생하는데 알아주는 남자도 드물다"고 했다.
그렇다고 A 씨가 신데렐라를 꿈 꾸는 것은 아니다. 그는 "좋은 환경에서 아이 낳아 키우려면 전업이 제일 좋은 것은 사실이고 그저 그런 남자와 맞벌이하며 육아와 가사까지 전부 책임질 바에는 그냥 결혼을 안하고 혼자 사는 게 더 낫지 않나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티즌들은 "예전엔 결혼 못하면 안되는 줄 알고 억지로 결혼했는데 이제 결혼해서 맞벌이 해야 할 것 같으면 아예 비혼 선언한 여자들도 많아졌다", "맞벌이해도 실질적으로 육아와 가사를 책임져야 하는데 차라리 혼자 사는게 낫다", "일부 개념 남편은 제외시켜 주자", "정말 풍족한 환경이 아니라면 맞벌이에 의한 피해는 어린 아이들이 받는다. 엄마가 필요할 시기이기 때문", "애초에 육아와 가사를 '돕는다'는 개념이 웃긴다. 맞벌이하면 똑같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전업주부 '취집'이라 무시하지 않았나. 집안일 쉽다고 낮게 보는데 그러면서 집안일 '못하는' 남자들이 많다"고 동조했다.
반면 "맞벌이하고 있지만 일 하는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들은 "똑같이 공부하고 취업했다. 남편은 사회생활하고 자아실현 하는데 나 혼자 살림하고 애 키우고 싶진 않다", "맞벌이에 돈의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 하던 사람은 집에 있는 거 지루하고 힘만 든다", "돈을 떠나서 자기 일이 있어야 자신을 증명할 수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맞벌이 가구는 그렇지 않은 가구에 비하여 경제적 안정을 쉽게 이룩할 수 있고 여권 신장을 촉진시키는 긍정적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과중한 여성의 가사 부담, 자녀 양육 및 사회화의 곤란, 부부관계의 불안정화 등이 고질적인 문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가정과 직장은 전통적인 성별 차이에 의해 분리되어 여성은 취업을 해도 여전히 직장생활과는 별개로 가정생활에서의 변함없는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여성근로자들은 시간제약과 역할 과중으로 인해 갈등과 스트레스가 점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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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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