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중순 일본에서 귀국 후 첫 번째 현장 경영에 나섰다. 지난 18일 울산 석유화학공업단지 내 롯데정밀화학 공장을 방문했다. 그의 현장 첫 일성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력 강화”였다. 12월 1일자로 있을 정기 임원인사도 그런 방향에 맞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신 회장은 전날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 정경문 롯데정밀화학 대표 등과 함께 울산 공장을 점검했다. 약 126만㎡의 부지에 총 10개 공장이 밀집해 있는 울산 공장은 롯데정밀화학 전체 생산량 중 90%를 맡고 있는 핵심 시설이다.
롯데정밀화학의 전신은 삼성정밀화학이다. 롯데는 2016년 삼성그룹의 화학 부문을 약 3조원에 인수했다. 신 회장이 롯데정밀화학의 생산 현장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회장은 울산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ESG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2015년 12월 사장단 회의에서도 ESG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는 등 일찍부터 ESG 경영을 강조해왔다.
신 회장이 귀국 후 첫 번째 현장 점검 장소로 롯데정밀화학을 택한 것은 친환경 소재 개발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판단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롯데정밀화학은 친환경 소재인 셀룰로스 계열 제품에 총 180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지난 9월에는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동박·전지박 제조사인 두산솔루스 지분 인수를 위해 사모투자합자회사에 290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현장 방문 일정이 곧 있을 그룹 임원 인사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임원 인사안이 확정됐기 때문에 신 회장이 현장 방문도 나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
롯데는 올 들어 핵심 계열사 대부분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9.3%, 49.6% 감소했다. 롯데쇼핑은 2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0~80%씩 줄었다. 3분기 들어 영업이익이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위기의식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사업부문별로 실적을 기반으로 한 큰 폭의 인사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24일께 지주를 시작으로 계열사 임원 인사를 위한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