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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의 데스크 칼럼] 멀어진 '국민 통합'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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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4일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위스콘신 등 주요 경합주에서 승기를 잡은 직후였다. 한 차례 지나가는 인사말이 아니었다. 대선 승리 선언을 앞두고 올린 트윗에서도, 7일 승리 연설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사상 초유의 대선 불복 상황에서 상대편 지지자들을 껴안고 가겠다는 의미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모두의 대통령”을 외친 적이 있다. 2017년 5월 9일 0시 무렵 19대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때였다. 문 대통령은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이튿날 취임사에서도 똑같이 약속했다. 취임 초 문 대통령은 야당에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제안했다. 국민 통합과 협치의 상징이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11월 출범한 협의체는 현재 개점휴업 중이다.
갈등과 분열의 골 깊어져
4·15 총선이 지나고선 ‘41%(문 대통령 대선 득표율) 국민’을 위한 정치가 심화하고 있다.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직후 ‘임대차 3법’,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강행 처리했다. 법안 심의에선 임차인과 소상공인만 안중에 있었다.

문 대통령에게는 ‘갈라치기’ ‘선택적 침묵’이란 말이 따라붙었다. 9월 문 대통령은 의사와 간호사 간 편 가르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간호사들이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의사를 적대시하는 듯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곤란할 때는 때때로 침묵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사건 때 한동안 말이 없었다. 당 대표 시절 만든 자신의 ‘개혁 당헌’을 깨고 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내기로 한 데는 입을 닫아버렸다. 청와대 인사의 편 가르기도 노골화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8·15 광화문) 집회 주동자들은 도둑놈이 아니라 살인자”라고 했다. 보수집회 주동자는 더 이상 그에게 국민이 아니었다. 전태일 열사 50주기 노동계 집회에는 무딘 통제의 칼날을 들이대며 ‘이중잣대’ 논란을 빚기도 했다.

대통령이 감싸는 장관을 두고서는 국민이 갈라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사상 초유의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국정감사가 끝난 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는 수백 개의 윤 총장 응원 화환이 줄을 이었다. 반대로 온라인상에는 추 장관을 옹호하는 ‘#우리가 추미애다’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1년 전 광화문의 ‘조국 퇴진 집회’와 서초동 ‘검찰개혁 집회’의 2탄이다.
與 입법에서도 드러난 '내 편'
여당의 정기국회 입법과제에서도 ‘내 편’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공정경제’라는 명목으로 ‘기업규제 3법’ 처리를 공언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기업 옥죄기법’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경영계가 요구하는 노동개혁은 손댈 생각조차 없다.

문 대통령 임기는 이제 1년6개월 남았다. 내년 4월에는 재보궐 선거가 열린다. 이후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당직 사퇴가 분기점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선 출마자는 선거 1년 전인 내년 3월에는 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때가 되면 문 대통령의 피아(彼我) 구분은 더욱 분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승자독식의 대선을 코앞에 두고 ‘모두의 대통령’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 것이다. 문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이렇게 갈등과 분열로 채워져 가고 있다.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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