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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격통제가 부른 '시장의 역습' 못 보나 안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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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법정 최고금리를 4%포인트 내리기로 한 것은 가격 통제에 따른 ‘시장의 역습’을 받을 공산이 크다. 금융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과 최근 당정 협의를 하고 현행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를 내년 하반기부터 연 20%로 낮추기로 했다. 당정은 기준금리가 올해 역대 최저 수준(연 0.5%)으로 내려간 만큼 서민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애초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부정적이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만큼 계속 반대할 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걱정되는 것은 최고 금리 인하로 일부 저신용자들이 금융회사 대출을 받지 못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연 20% 초과 금리로 대출을 쓰던 239만2000명(올 3월 말 기준) 중 87%인 207만6000명은 금리가 연 20% 이하로 떨어져 연간 총 4830억원의 이자 경감 혜택을 본다. 그러나 나머지 31만6000명은 제도권 금융사 대출시장에서 아예 밀려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들은 결국 살인적 고금리의 불법 사금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서민을 위한 최고금리 인하가 오히려 최하층 서민에게 피해를 주는 ‘시장의 역습’이 발생하는 것이다.

‘시장의 역습’은 부동산 시장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다. 지난 8월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고 전·월세 인상률이 5%로 제한되자 전세 공급이 줄면서 신규 전셋값은 20~30%나 뛰었다. 집주인들이 전세계약 갱신 때는 전셋값을 5%밖에 못 올리게 되자 신규 계약 때 아예 4년치 인상분을 반영하고 있어서다. 서민을 위한다는 임대차 3법이 ‘전세대란’을 초래해 세입자를 울리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온갖 규제가 집값을 더 자극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시장의 역습’ 때문에 경제정책 중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가격 통제다.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가격을 정부가 손대면 탈이 나게 돼 있다. 가격 억제의 경우 일시적으론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론 ‘풍선 효과’와 ‘용수철 효과’로 다른 가격이 오르거나 일정 기간 뒤 가격이 폭등한다는 게 역사적 경험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경제적 약자에게 돌아간다. 이런 사실을 정부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가격 통제 정책을 쓰는 것은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정치적 이익을 노려서다. 결국 포퓰리즘을 떨쳐내야 가격 통제의 유혹에서 벗어나고 ‘시장의 역습’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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