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광 부문 소비할인쿠폰사업 중 하나인 '국내여행 할인지원사업'의 운영기간 연장을 추진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여행업협회는 17일 "당초 다음달 16일과 25일로 예정된 할인쿠폰 발급기간과 상품 이용기간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종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마무리되는대로 기간 연장과 함께 봄 여행상품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여행 할인지원은 지역 여행사가 만든 800여 종의 국내 패키지여행 상품을 이용하면 1인당 최대 9만원을 할인해주는 소비할인쿠폰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 90억원, 지방자치단체 40억원 등 130억원 예산을 들여 총 15만명에게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3만~4만원 할인쿠폰 100만장을 배포하는 숙박대전과 함께 문체부가 추진하는 대표적인 관광 내수시장 활성화 사업이다.
지난 8월 가을여행 시즌에 맞춰 추진하려던 사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잠정 중단됐다가 지난달 30일부터 재개됐다. 현재 온라인 여행사(OTA) 타이드스퀘어의 '투어비스(Tourvis)'를 통해 할인쿠폰 발급과 여행상품 판매를 진행 중이다.
문체부와 여행업협회가 할인쿠폰 발급기간 연장을 추진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방지를 위한 여행수요 분산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다음달 25일까지 여행기간을 한정할 경우 수요가 한번에 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용식 문체부 관광기반과장은 "상품 선정 시 단체 규모를 20인으로 제한하는 등 방역수칙 준수여부를 철저히 따졌지만 지역 확산 방지를 위해 수요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기대했던 것보다 저조한 참여도가 사업기간 연장의 진짜 이유로 보고 있다. 야놀자, 여기어때 등 OTA 24개를 통해 배포하는 숙박할인쿠폰과 기간이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여행 할인지원이 흥행에서 밀렸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달 30일부터 약 3주간 발급된 국내여행 할인쿠폰은 약 2만여 장 수준으로 알려졌다. 쿠폰 1장 당 여행인원을 2~3명으로 감안해도 참여인원은 6만 명이 채 안된다. 목표치인 15만 명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국내여행을 여행사가 만든 상품을 통해 즐긴다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올라와 있는 상품들도 기존에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할인에만 신경쓰느라 정작 중요한 차별화된 상품 개발에는 소홀했던 게 저조한 흥행 성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여행경비만 지원하면 신청이 몰릴 것으로 기대한 정부의 판단착오가 부른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전주 전동성당은 현재 보수공사 중이라 외관을 제대로 볼 수 없는데도 여행코스에 버젓이 들어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처음부터 '국내여행의 재발견' '프리미엄 국내여행'과 같은 테마로 평소 경험하지 못했던 코스와 체험이 포함된 소규모 고급상품을 선보였더라면 관광 내수시장 활성화 취지는 물론 여행업계 지원 효과도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업협회 관계자는 "대부분 여행사 직원들이 유급·무급휴직에 들어간 상태에서 새로운 여행상품을 개발하기엔 인력, 준비기간 등에서 제약이 따랐던 게 사실"이라며 "내년 봄으로 사업기간 연장이 확정되면 최대한 차별화된 국내여행 상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