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대한항공은 내년 상반기까지 인수를 마무리한 뒤 2022년 통합법인을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세계 7위 국적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정부는 1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25차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방안을 확정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도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했다.
인수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세 곳에 모두 순차적인 유상증자를 통해 ‘뉴머니’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진칼이 통합항공사의 모회사가 되고,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다.
산은은 브리핑을 통해 “한진칼과 80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산은은 이달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한진칼에 5000억원을 투입한다. 산은은 한진칼 지분 9.7%가량을 보유해 KCGI 등 3자연합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에 이어 3대 주주가 된다.
한진칼은 산은에서 지원받은 8000억원을 대한항공에 대여하고, 대한항공은 이를 토대로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1조8000억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 조 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항공산업 발전과 공적자금 최소화를 위해 인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이번 통합을 통해 항공산업 정상화에 소요되는 정책자금 투입액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통합 작업을 계기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기간산업에서도 정부와 산은 주도의 ‘빅딜’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간산업을 살린다는 명분을 앞세워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 개입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한진에 대한 경영평가를 통해 성적이 저조하면 경영진 교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책임경영을, 산업은행은 건전경영 감시 역할을 맡는다고 하지만 민간 항공사 경영에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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