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미 중앙은행(Fed)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말 기준 미 은행들이 보유한 총 카드 대출은 7550억달러(약 836조5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보다 1000억달러가량 줄어든 규모다.
카드 데이터 분석 회사인 트랜스유니언의 맷 코모스 부사장은 "미국 소비자들이 외식과 영화 관람에 지출을 줄이고 있다"며 "여행 관련 지출도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정부에서 제공한 보조금 등은 소비자들이 카드론을 상환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블랙프라이데이 시즌 등을 맞아 카드 지출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카드 사용을 망설이고 있다는 게 코모스 부사장의 설명이다.
지난 3분기 미국에서는 신용카드 발급도 크게 줄어들었다. 트랜스유니언에 따르면 올 3분기 신규 카드계좌를 발급한 미국인은 86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감소했다.
카드론 감소 등으로 은행들은 수익성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카드 사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씨티그룹은 올 3분기 카드 관련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씨티그룹의 카드 부문 매출은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카드 사용이 다시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이오아나 마린스쿠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방정부의 지원이 만료되고 있기 때문에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