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더불어민주당 등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놓고 법조계는 입법목적은 타당하지만 기업 현실을 고려해 정교한 법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과 경영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법리적 쟁점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해당 법안은 △'결과책임'을 강조해 위헌소지가 있을 수 있고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가 어디까지인지 모호하며 △중소기업을 위한 완충 조항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헌법상 책임을 물을 때는 '결과책임'이 아닌 '행위책임'을 묻는다. 즉 어떠한 결과가 발생했느냐를 두고 책임을 논할 게 아니라 어떠한 행위를 했는냐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똑같은 행위라도 결과는 우연한 요소에 의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결과만 보고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취지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재해라는 것은 안전수칙을 다 지켜도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똑같이 안전점검을 했어도 어디에서는 재해가 발생하고,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결과에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법안은 결과책임 요소가 강해 위헌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업주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도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건설현장과 같이 도급을 주는 경우 발주처의 '안전조치 의무'가 어디까지인지 모호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법 제4조에 따르면 사업주나 법인, 기관이 제 3자에게 임대, 용역, 도급을 준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제 3자가 공동으로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민주당 법안에 따르면 현장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시 사업주는 징역 2년 이상 또는 5억원 이상의 벌금을, 정의당 법안으로는 징역 3년 이상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대형 로펌의 산업안전 전문 20년차 변호사는 "경영책임자가 현장 곳곳의 안전사고를 모두 감독해야 한다는 건지 그 범위가 모호하다"며 "예컨대 건설현장에는 감리자, 현장소장 등이 있을텐데 사업주가 그만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건지 아니면 감독 의무 정도 있다는 건지 불명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단이 정교하지 않으면 그 입법목적을 살릴 수 없다"며 "판례가 축적되면서 모호한 부분이 잡혀 나가겠지만 그건 미래 얘기고, 당장 기업인들은 나에게 어느 정도 의무가 있다는 건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법안은 중소기업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인뿐만 아니라 사업주 개인도 처벌하는 조항이 담겨있기 때문에 특히 중소기업인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 부칙에 따르면 50인 미만의 사업장의 경우 공포 4년 후 시행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주 52시간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한 것처럼 중대재해법도 1~50인은 4년, 51~200인은 2년 식으로 완충 조항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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