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을 이어가면서 이제 우리 인간은 직업을 넘어 존재 가치에 대해서까지 위협받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 2016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바둑 대전에서 참패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인간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자조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퍼지기도 했다.
11일 ‘글로벌인재포럼 2020’에서 ‘AI시대, 인간다움에 집중하라’ 기조세션 발표자들은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능력이 항상 존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AI시대에는 반성적, 철학적 능력을 더 많이 갖춘 이들이 경쟁력을 지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션의 좌장은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가 맡았다.
강진호 서울대 철학과 교수(사진)는 “인간은 AI와 달리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고 이를 정당화하고자 하는 반성적 능력이 있다”며 “AI는 어떤 행위를 할 때 자신이 왜 그것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성적 사고 측면에서 AI가 무조건적으로 인간보다 우월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 이는 잘못”이라며 “반성적 사유를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는 인간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솔 EBS 제작본부 프로듀서는 “AI가 보편화된 시대에는 인간의 철학적 사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언제나 기술을 활용하는 일은 결국 인간의 몫이며, 이때 철학적 사고가 선행되지 않으면 비윤리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중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는 “반성적·철학적 사고력이 부족한 AI에게 인간과 같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AI와 공존하기에 앞서 다양한 층위의 도덕성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선 인간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하는 데 AI를 활용하는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강 교수는 “미래에는 AI 등의 기술 발전을 통해 사람 간 관계가 과거보다 더 돈독해지는 긍정적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계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돕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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