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을 돕는 ‘학문’입니다. 사람을 뛰어넘는 일은 300년 후에나 가능할 것입니다.”
마이클 조던 미국 UC버클리 교수(전기공학 및 컴퓨터학과)는 1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개막한 ‘글로벌인재포럼 2020’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100년 전 전기공학이란 학문이 태동해 전기제어 시스템 개발에 큰 역할을 한 것처럼 AI도 삶의 질 향상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던 교수는 AI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2016년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컴퓨터 공학자’로 선정했다.
“AI는 인간 대체자 아닌 조력자”
조던 교수는 AI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여러 학문 중 하나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AI와 데이터사이언스(과학)는 같은 뜻”이라며 “여러 학문과 같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지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러면서 이미 ‘인간의 조력자’로 일상생활에 스며들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미국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이용자의 쇼핑 습관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추천·예측을 하는 엔진을 사용한다. 머신러닝은 컴퓨터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AI의 한 분야다.
그는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3세 어린아이 지능을 뛰어넘는 AI가 나타나는 건 우리 생애엔 불가능하다”며 “최소 100~300년이 걸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2016년 구글 알파고가 이세돌 프로 바둑기사를 누른 일도 언급했다. 조던 교수는 “수백~수천 개의 컴퓨터를 동원해 바둑판 위에서 가능한 수를 찾은 것”이라며 “지능을 가졌다기보단 검색과 계산을 더 잘했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절하했다. 복잡한 계산을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고안한 알파고가 인간의 지능을 지녔다고 볼 수 없단 얘기다.
“AI 부작용 막는 게 올바른 공존법”
조던 교수는 AI가 인간과 공존하려면 AI를 악용하는 등의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AI를 통한 주식 투자 시스템을 꼽았다. 조던 교수는 “중국인 수억 명에게 AI가 알고리즘에 따라 모두 같은 주식을 추천해준다면 주가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도로, 식당과 같이 한정된 재화나 서비스도 AI로 인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규제할 마땅한 방법도 없어 AI가 가져올 부작용 등을 미리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조던 교수는 AI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나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승객과 기사를 연결해주는 우버,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아마존, 알리바바 등은 AI를 활용하는 좋은 사례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페이스북과 구글의 경우 광고수익을 더 올리는 데 중점을 둬 검색엔진 등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조던 교수가 눈여겨보는 회사는 유럽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유나이티드 메이더스’다. 무명 작곡가가 음악을 올려놓으면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이를 듣거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회사다. 이 과정에서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 특정 음악을 많이 듣는지 등을 알려준다. 조던 교수는 “자신의 음악이 인기있는 곳을 방문해 콘서트를 열 수 있도록 정보와 데이터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조연설 이후 대담자로 나선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이 “AI에 앞서 있는 일부 국가 또는 기업들이 승자독식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자 그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브라질 같은 나라에서도 전문가들이 자국 특색이 반영된 데이터를 통해 AI를 활용할 수 있다”며 “미국·중국에 뒤진다고 미리 포기하지 말고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던 교수는 “AI는 통계학과 전산학, 나아가 윤리학 등이 합쳐진 분야”라며 “단순히 코딩 교육을 잘한다는 식의 관점에서 벗어나 융합적 사고를 지녀야 AI 인재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