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교도소 노역으로 대체된 벌금 총액이 평년보다 50% 이상 늘어나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일 사건으로 역대 최고 금액의 벌금을 선고받은 ‘부산 금괴밀수 일당’이 1조원 가량의 벌금을 노역으로 대체한 데다, 음주운전 벌금이 상향됐고, 납부할 형편이 안돼 몸으로 때우려는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환형유치금 총액은 10월 말 기준 4조2191억원에 달한다. 환형유치란 벌금 또는 과료를 내지 못하는 범법자가 교도소 노역으로 형을 대신하는 제도다.
2016~2019년 환형유치금은 2조7000억원에서 3조1000억원 사이였다. 그런데 올해에는 10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규모를 훌쩍 넘어서 연간 5조원에 다다를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로 수백만원 정도의 벌금을 내기 힘든 경제적 약자들이 이 제도를 이용한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벌금형을 받더라도 노역장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생계가 어려운 피고인들에게 벌금형 선고는 곧 실형 선고”라며 “이들 가운데 벌금형보다 더 센 형벌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길 바라는 경우도 꽤 있다”고 말했다.
금액이 아닌 환형유치 건수로 따지면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법조계에선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진 것이 환형유치 총액이 급증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윤창호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음주운전자에 대한 벌금 수위가 2배 가량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음주운전자가 환형유치자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벌금 수위가 높아지면 당연히 노역장으로 대체하는 벌금 규모도 커진다”고 전했다.
올해에는 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난 ‘아웃라이어’도 있었다. 홍콩산 금괴 4만여개를 몰래 반입해 일본으로 빼돌리는 수법으로 차익을 남기다 붙잡힌 ‘부산 금괴밀수 일당’이 1조원 가까운 벌금을 노역으로 털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노역 일당이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돼 ‘황제 노역’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벌금이 아무리 많더라도 현행법상 노역장 유치는 최대 3년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백만원 수준의 벌금을 납부하는 대신 감옥행을 택하는 서민들의 경우 통상 최저 노역 일당(10만원)을 적용받는다.
정부는 서민들이 역차별을 받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법무부는 올해 1월부터 노역 대신 사회봉사로 대체할 수 있는 벌금형 액수를 300만원 이하에서 500만원 이하로 상향했다. 법무부는 또 정신적·신체적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벌금 미납자가 노역장 유치 중 사망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검사 직권으로 벌금 분할납부 및 납부연기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