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발걸음이 부쩍 빨라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대권 레이스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과 함께, 이런 흐름이 내년 초 총리 교체를 포함한 큰 폭의 내각 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총리는 9일 국회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을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했다. 총리실은 국회와의 협치를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은 정 총리가 의원들과 '식사 정치'를 통해 스킨십을 늘리는 데 주목하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달 16일 부산을 찾아 김해신공항과 관련해 "부산·울산·경남 800만 시도민들의 간절한 여망이 외면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고, 지난 7일에는 포항을 찾아 "나는 포항의 사위"라고 했다. 정 총리의 부인 최혜경 여사는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 최홍준 선생의 딸로, 포항 흥해읍에서 태어나 자랐다.
정 총리는 11일에도 부산항을 방문키로 하는 등 연일 영남 민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10일 "김경수 경남지사의 2심 판결 이후 여권은 '이낙연-이재명' 양강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면서도 "정 총리가 새로운 변수로 부상할지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총리 교체 일정도 앞당겨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권에서는 정 총리의 2월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직후 차기 대선 레이스에 시동이 걸리는 정치 스케줄에 따른 것이다.
이런 흐름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각 구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연말에 한 차례, 연초에 한 차례로 나눠서 장관들을 교체하는 2단계 순차개각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에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일부 부처만 개각하고, 4월 보궐선거 출마자를 포함해 다수의 장관을 연초에 교체한다는 것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주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경우 연초 개각을 통해 거취가 정리될 공산이 커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현미 장관의 경우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 등을 고려해 유임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연초 개각을 통해 사실상 문재인 정부를 마지막까지 책임질 3기 내각의 라인업이 완성될 것"이라며 "이런 개각 흐름과 정 총리의 대권행보 스케줄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2월에 총리가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