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의 규모가 가파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증권회사와 개인투자자 등에 배출권 시장을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배출권 시장에서 거래된 대금은 5300억원으로, 하루 평균 28억3900만원어치가 거래됐다. 2015년 배출권시장 개설 첫해에는 하루 5.1t이 거래됐는데 이듬해 20.8t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하루 91.4t으로 5년 새 무려 17.9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거래대금은 49.8배 늘었다. 국가 단위 시장으로는 EU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국내 배출권 시장의 성장은 실수요자인 602개 할당 업체의 거래 수요 외에도 지난해 1월 도입한 유상할당 경매제도, 또 작년 6월부터 운영 중인 시장 조성자 제도 등 제도적 지원의 영향이 컸다. 유상할당 경매제도는 할당 업체에 무상 할당되던 배출권의 일부를 유상 경매를 통해 공급함으로써 업계의 배출권 감축 노력을 끌어냈다. 시장 조성자 제도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시장 참여로 배출권 수급의 쏠림 현상을 완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배출권 시장 성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7위이자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지 않는 국내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반도 주변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구 평균보다 월등하게 높고 기온상승 속도도 다른 지역보다 빠른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협정인 파리협정을 2016년 비준하고 2030년까지 감축 노력이 없을 경우와 비교해 37%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신재생 에너지 확대와 함께 배출권 거래제 도입 역시 그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2015년부터 부산에서 운영하는 배출권시장은 정부가 국가 감축 목표에 맞춰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감축 의무가 있는 할당 업체에 나누어 주고, 업체별 과부족분을 시장에서 매매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국가 총량을 통제하는 제도다.
이런 취지로 도입된 배출권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양적 성장에도 증권회사, 개인투자자 등 다양한 매매 주체의 시장 참여가 허용되지 않아 매년 6월 말 배출권 제출 마감을 앞둔 시기에 거래가 몰려 가격이 급등락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환경부 등 감독 당국과 협조해 증권회사의 배출권시장 진입을 허용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개인투자자 및 투자 회사 등에 시장을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업의 이산화탄소 저감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배출권의 미래 가치에 대비할 수 있는 파생상품 도입과 배출권 관련 금융상품의 상장도 추진하기로 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