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집단 발생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을 상대로 정부가 전체 신도 명단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적법성 공방이 벌어졌다. 방역당국은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전체 신도 명단을 내달라고 요청한 것은 역학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변론한 변호인 측 논리를 정면 반박했다.
9일 수원지법 형사11부(김미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천지 이만희(89) 총회장 9차 공판에서 "역학조사 자체와 자료제공 요청은 확실히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변호인 의견에 대해 신천지 관련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맡았던 질병관리청 소속 공무원 A씨는 "역학조사를 위한 자료제공 요청도 역학조사라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변호인은 "대구·경북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18만여명의 신도가 관련 조사를 받았는데 67명(0.037%) 만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타당한 조사가 아니다"고 변론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그런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각종 자료 제공을 요청한 것"이라고 답했다.
A씨는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한 지난 2월 이후 신천지 이외의 다른 곳에서도 전체 명단을 제출받은 점을 들었다. 그는 "부천 쿠팡, 용인 우리제일교회, 서울 사랑제일교회 등 다른 집단감염 현장의 역학조사 과정에서도 신천지와 마찬가지로 전체 명단을 확인했다"며 "추가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면 그냥 따라가기엔 시간상으로 너무나 큰 지연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나온 이 총회장은 재판 도중 잠시 몸에 통증을 호소하기는 했으나,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다음 재판은 오는 11일 열린다.
앞서 이 총회장은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2월 신천지 간부들과 공모해 방역 당국에 신도 명단과 집회 장소를 축소해 보고한 혐의(감염병예방법 위반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신도 10만여 명의 주민등록번호 정보를 제출 거부하는 등 자료를 누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그는 신천지 연수원인 평화의 궁전 신축 과정에서 50억여원의 교회 자금을 가져다 쓰는 등 56억원을 횡령(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한 혐의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방자치단체의 승인 없이 공공시설에서 종교행사를 연 혐의(업무방해)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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