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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후배를 두려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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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젊은 시절 사업을 할 때 나이가 한참 어린 사람에게 실수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지방대를 나온, 능력 있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여러 사람과 대화하던 중 그만 “그것도 대학인가”라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물론 그는 그 자리에 없었지만 내가 한 말이 그의 귀에 들어갔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중에 그 사람을 만났을 때 내가 한 말이 생각나서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장강의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낸다는 말이 있다. 이런 논리는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먼저 태어난 사람은 뒤에 태어난 사람들에 의해 밀려나게 돼 있다. 따라서 항상 자신이 최고라거나 후배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후배와 후학들이 나보다 더 많이 배우고 학식을 쌓을 기회가 많다면 그들이 나보다 못할 이유는 없다. 자신이 멈춰 있는 순간 후배들이 앞질러 갈 수도 있다.

인류의 스승이라고 하는 공자는 나이가 마흔이나 쉰이 되고도 세상 사람에게 알려지지 못한 인물이라면 그 사람의 인생은 기대할 것이 없다고 했다. 이는 중년이 되고서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폄훼하고자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인격과 덕망을 갖추지 못했으면서 교만하고 불손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을 두려운 존재로 여기도록 만드는 사람을 향한 경고일 것이다.

두려운 존재란 어떤 존재일까? 나를 두렵게 하는 존재는 어떤 모습일까? 나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일 수도 있고, 나에게 ‘갑질’ 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내 미래를 좌우할 힘을 가진 어떤 존재일 수도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권위적이고 위압적이며 권력과 지위를 최대한 활용한다. 그리고 인격과 덕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외적인 힘을 동원해 세상을 지배한다. 그런 사람들은 인간을 인간으로 대접해야 한다는 보편적 원리를 망각하고 특권의식과 선민의식으로 가득 찬 소인배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두려운 존재도 아니고 내 인생을 좌우할 존재도 아니다.

정작 두려운 이는 나보다 젊으면서도 훌륭한 인격을 갖추고 겸손하며 학문을 멈추지 않는 존재다. 진심으로 사람을 사귈 줄 알고 남의 아픔과 슬픔을 가슴으로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더 두려운 존재에 가깝다. 그래서 공자는 후배를 두려워하라고 말한 것이다. 후배는 비록 나이는 나보다 적을지라도 나머지는 나보다 못하다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나이가 적은 사람을 대할 때도 항상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젊은 시절 내 실수는 부끄러운 행동이었다. 나의 실수처럼 스스로 두려운 존재라고 외치는 것보다 남이 두렵게 여기는 존재가 돼야 할 것이다. 앞에 가는 사람도 두렵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존재는 뒤에서 따라오거나 나를 추월하고 있는 후배라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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