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최대 승부처였던 애리조나와 조지아, 미시간. 이곳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괴롭혔던 여성 저격수 3인방이 큰 활약을 하며 조 바이든 당선인의 든든한 뒷심이 됐다. 우선 공화당 거물 정치인 고(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이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애리조나주의 변심은 2018년 매케인이 사망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조문 대신 골프 치러 갈 만큼 트럼프와 매케인의 악연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매케인은 베트남 전쟁 영웅으로 애리조나에서 상원 6선을 했지만 트럼프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트럼프는 매케인에 대해 “전쟁 영웅이 아니라 적에게 붙잡힌 멍청이”라고 폄훼했다. 트럼프가 재선에 나서자 매케인의 부인 신디 여사가 등판했다. 그는 바이든의 TV 광고에 출연하고 정권인수 자문단에도 참여했으며 USA투데이에 ‘공화당원이 바이든에 투표하는 이유’라는 글을 기고하는 등 활약을 펼쳤다.
공화당의 또 다른 텃밭인 조지아에서는 흑인인 키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이 조지아의 민주당 바람을 일으켰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추모 시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급진 좌파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보텀스 시장은 “그 입 다물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바꾸고 싶으면 투표 등록을 하라”고 호소해 공감을 받았다.
선벨트에 보텀스가 있다면 러스트벨트(동북부의 쇠락한 공업지역)엔 미시간주 주지사인 그레첸 휘트머가 반(反)트럼프의 선봉대에 섰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강렬히 비판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며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휘트머 주지사가 얼마나 눈엣가시였던지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그를 직함이나 이름 대신 ‘미시간에 있는 여자’라고 불렀으며, 일부 트럼프 지지 세력들은 미시간주 의회를 습격하고 휘트머 주지사를 납치하려는 음모를 세우기도 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