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선 열광적인 환호가, 다른쪽에선 거친 항의가 빗발쳤다. 7일(현지시간) 박빙 승부가 닷새째 이어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고 당선됐다는 소식이 나오자 미국 전역에서 각 후보 지지자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일부 지역에선 각 지지자들간 충돌도 빚어졌다.
"트럼프, '당신 해고야'"…춤판 벌인 바이든 지지자들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앞은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를 축하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기념하는 수천명 인파로 들썩였다. 이번 대선에 투표한 워싱턴D.C 유권자 93.3%는 바이든 당선인을 지지했다. 트럼프에 투표한 이는 5.2%에 불과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샴페인을 터뜨리고, 미국 성조기를 휘두르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트럼프를 내다버려라’, ‘트럼프를 체포하라’ 등을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는 이들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 광장 앞 철제 울타리엔 ‘당신은 해고야’라고 적힌 대형 포스터가 내걸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명세를 탄 TV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서 즐겨 쓴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임을 비꼬는 ‘임차인 나가세요’, ‘퇴거 통보’ 등을 쓴 손팻말도 등장했다.
이들 인파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나타나자 주변에서 야유를 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골프클럽에 간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에 백악관에 복귀하자 차량 근처에서 ‘패배자’라 외치고 가운데 손가락만 펼쳐 욕설 제스처를 내보였다.
이날 뉴욕 타임스퀘어에도 바이든 당선인 지지자들이 몰려 축제 분위기를 냈다. 일부는 ‘바이든-해리스’ 등 지지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차량에 탄 이들은 리듬에 맞춰 경적을 누르며 축하에 동참했다.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애틀란타 등 다른 대도시에서도 바이든 지지자들의 축하 행렬이 이어졌다.
트럼프 지지자들도 '맞불집회'…총기 무장해 나오기도
반면 미 전역에 걸쳐 각 주(州) 의사당 근처에선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선거 부정을 주장하는 시위가 열렸다.
바이든 당선인이 막판 역전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와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등에선 트럼프 지지자들이 ‘도둑질을 멈춰라’,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구호를 외치며 재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시간주 주의사당에선 '트럼프 2020'이 적힌 깃발과 함께 트럼프 지지자 수백명이 모여 '우리가 이겼다'고 외쳤다.
오랜 공화당 텃밭으로 아직 개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조지아주에선 트럼프 지지자 1000여명이 애틀란타에 있는 조지아주 의사당 근처에 모여 ‘바이든을 감옥에 보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지지자들은 총기를 들고 시위에 나왔다. 오레곤주 살렘에선 돌격식 소총으로 무장한 극우 성향 단체 ‘프라우드보이즈’ 회원들을 비롯해 300여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텍사스 오스틴, 애리조나 피닉스,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등에서도 트럼프 지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쓴 채 “아직 끝난게 아니다” “죽은 사람이 투표를 해요” 등의 슬로건이 써진 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양측 지지자 충돌…무장경찰 출동하기도
일부 지역에선 바이든 지지자들과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치 상태 중 서로 충돌해 무장경찰이 투입되기도 했다.'
새크라멘토에선 트럼프 지지자 시위 행렬이 바이든 지지 행렬과 맞닥뜨려 설전을 하다가 싸움이 벌어졌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바이든 지지자들이 트럼프 지지 행렬의 메가폰을 빼앗아 던져 망가뜨렸다며 "그들을 잡아넣어라"는 구호를 외쳤다.
WP는 “미국 각지에서 나타난 친(親)트럼프, 반(反)트럼프 시위대는 현재 미국의 극심한 정치적 분열 상태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