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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임진왜란은 세계대전급 전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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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조선의 역(朝鮮之役)’, 일본에서는 군사를 일으킨 해의 연호를 따 ‘분로쿠·게이초의 역(役)’이라고 부르는 임진왜란(1592~1598). 일본과 조선, 명나라 등 동아시아 세 나라가 맞붙은 이 전쟁은 세계대전급 규모였다고 쑹녠선 미국 메릴랜드대 아시아연구프로그램 교수는 평가한다. 육상과 해상에서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고, 유럽에서 들여온 총포까지 동원됐다.

전쟁의 결과는 세 나라는 물론 지역 판도까지 바꿔놓았다. 전쟁을 일으킨 일본에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열도를 통일하면서 에도막부 시대를 열었다. 조선과 명이 전쟁에 몰두하는 사이 만주에서는 여진족이 굴기해 청나라를 세우고 중원의 중심을 차지했다. 청나라가 차지한 ‘천하’는 명대의 천하와 달랐다. 다원화된 질서 속에서 중원과 중화는 더 이상 천하의 유일한 중심이 아니었다.

쑹 교수는 《동아시아를 발견하다》에서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중엽까지 벌어진 세계대전급 규모의 임진왜란과 만주의 굴기가 동아시아 전체를 ‘현대’로 들어서게 한 시작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동아시아의 현대는 유럽이 이식하고 촉발한 변화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내재적 변동에 의해 촉발되고 진행됐다고 설명한다. “자유, 선진, 문명, 진보의 유럽이 낙후, 정체, 우매, 전제정치의 아시아에 충격을 줌으로써 자본주의 발전을 이끌었다”는 유럽중심주의의 시각에서 벗어나 동아시아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현대는 단순히 서구체계를 학습, 추종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부정함으로써 새롭게 혁신해 나가면서 진행됐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16~19세기 중국은 ‘폐관’, 일본은 ‘쇄국’, 조선은 ‘은자의 나라’였다’는 오랜 수사는 식민지 확장을 위해 근대 유럽이 만들어낸 것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후쿠자와 유키치의 ‘탈아(脫亞, 아시아를 벗어나다)’에 대해서도 기존과 다른 주장을 내놓는다. 흔히 탈아의 뒤에 ‘입구(入歐: 유럽으로 진입한다)’는 말이 함께 붙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후쿠자와는 평생 ‘입구’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 후쿠자와가 주창한 ‘탈아’의 본질은 서구 문명과 상대하려면 유학 예제에 얽매이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예수회 선교사와 아시아의 만남에서부터 제2차 세계대전, 냉전시대까지 한·중·일의 역사를 새롭게 해석한다. 중국계 학자이면서도 중화주의에 치우치지 않고 3국의 역사를 균형있게 서술한 점도 돋보인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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