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04일(07:2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샤오미의 가전이 집안 곳곳에 들어온 것처럼 우리 제품도 일상 속에 스며드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게임용 키보드와 마우스, 헤드셋 등 ‘게이밍 기어’를 만드는 앱코의 오광근 대표이사(사진)는 4일 한국경제신문사의 자본시장매체 마켓인사이트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어디에서나 익숙하게 느끼도록 만들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앱코는 국내 게이밍 기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만큼은 글로벌 게이밍 기어 업체인 로지텍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작년부터는 공기청정기 무선청소기 등 생활가전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가성비’로 똘똘 뭉쳐 급성장한 중국의 샤오미처럼 자리잡고 싶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앱코는 2001년 설립됐다. 오 대표는 당시 창립 멤버는 아니었다. 앱코가 본격적으로 PC 케이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2012년 부사장으로 들어왔다. 그가 몸담았던 PC 케이스 업체인 엔코아인포텍과 앱코가 합병하면서다. 이때 사명도 ‘앱솔루트코리아’에서 현재의 앱코로 바뀌었다. 이후 게이밍 기어 열풍이 불면서 앱코도 대열에 합류했다.
◆집념 DNA
오 대표는 서울 용산 전자상가 직원 출신이다. 1995년 상가에 들어가 PC 부품 영업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히 ‘장사’가 목적은 아니었다. 그는 항상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뚜렷한 목표와 집념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PC 관련 부품을 수입하는 곳에 따라가 어깨 너머로 ‘어떻게 브랜드를 만드는지’ 배웠다. 그렇게 시작한 게 조립 PC 케이스 사업이다. 오 대표는 “PC 케이스 시장에서 점유율이 60%가 안 되면 잠을 자지 않겠다는 각오로 일했다”고 말했다.
오 대표의 집념이 낳은 또 다른 성과는 키보드다. 4~5년 전만 해도 PC방 업주들에게 10만원대를 넘는 기계식 키보드는 부담이었다. 게다가 컵라면이나 커피 같은 이물질을 쏟으면 고장나기 십상이었다. 오 대표는 “2년 동안 수백 곳의 PC방을 찾아가 업주들의 고충을 귀담아 들었다”며 “대부분 ‘망가진 키보드를 교체하느라 수지타산이 안 맞을 지경’이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 했다.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던 앱코는 2017년 키보드 스위치 전문 업체 ‘카일’과 독점 계약을 맺고 완전방수 광축 키보드를 내놨다. 광축 키보드는 기존의 청축·적축 등의 기계식 키보드와 달리 빛의 흐름을 이용한 센서로 키를 입력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덕분에 내구성도 좋고 방수도 용이하다. 오 대표는 “지금은 80~90%의 PC방에 우리 키보드가 깔려 있다”며 “앱코는 해외 유명 브랜드와 달리 가격 경쟁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PC를 넘어
앱코의 지향점은 ‘비 유어 라이프(Be Your Life)’다. 소비자의 삶에 녹아들겠다는 뜻이다. 생활가전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이유다. 블루투스 스피커부터 와인 냉장고, 반려동물 자동급식기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지금 50여 종인 생활가전을 올해 안에 80종까지 늘릴 계획이다.
앱코는 교육부가 2018년부터 주관하고 있는 디지털교과서 보급 예비사업에 태블릿PC 충전함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 여기에도 오 대표의 경영 철학이 담겼다. 그는 “2015년부터 ICT 사업을 시작했는데 5년간 40억원 넘는 적자가 났다”며 “중소기업 오너 입장에서 적자를 견디기 어려웠지만 도중에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앱코의 매출 중 ICT 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남짓이다. 디지털교과서 본사업이 진행되는 내년부터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매출을 다각화하면서 회사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2년 8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19년에는 842억원으로 열 배 넘게 뛰었다. 최근 3년만 따져봐도 연평균 33% 증가했다. 지난달 26일엔 연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오 대표는 “기업공개(IPO)는 제2의 시작”이라며 “단순한 도약 수준이 아니라 퀀텀 점프를 이뤄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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