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또 다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판했지만 같은날 신임 부장검사들과 만난 윤석열 총장은 이에 응수하듯 "살아있는 권력을 눈치 보지 않고 수사하는 것이 검찰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장관은 지난 3일 법무부 알림을 통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담긴 국민 비판과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검사들의 다양한 의견에도 귀기울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30일 시작된 해당 청원은 "정치인 총장이 검찰을 정치로 덮어 망치고 있다"면서 항의표시를 한 검사들 사표를 받으라는 내용이다. 현재 40만명에 육박하는 동의를 얻었다. 국민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하도록 돼 있다.
앞서 추미애 장관은 자신을 비판한 평검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렇게 커밍아웃 해줘 좋다"고 공개 저격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 내부망에 "나도 커밍아웃 하겠다"며 잇달아 항의표시에 나섰다.
추미애 장관은 "특히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 생각한다"면서도 "대다수 일선 검사들이 묵묵히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일선 검사들이 집단반발하자 한발 물러서 감싸고 윤 총장에게 화살을 돌린 것이다.
이어 "모든 검사들이 법률가로서의 긍지를 갖고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사들과 소통하며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검사들도 개혁의 길에 동참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같은 날 충북 진천의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 30명을 상대로 강연에 나선 윤석열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 비리도 좌고우면하거나 눈치보지 않고 수사할 수 있는 검찰을 만드는 게 검찰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연일 검찰개혁을 강조해온 추미애 장관을 겨냥한 듯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또 "이런 검찰개혁을 통해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게 검찰의 역할이고, 국민의 검찰이 되는 길"이라고도 강조했다.
윤 총장은 이날 진천 법무연수원으로 좌천성 인사 조치됐던 한동훈 검사장과도 만났다. 다만 두 사람은 간부 인사 때 짤막한 인사만 나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