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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한 안무, 원작의 감동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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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이 올해 첫 전막 발레로 ‘해적’을 선보인다. 4일부터 닷새 동안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국립발레단 수석 박슬기·김리회와 솔리스트 박예은이 번갈아 메도라역을 맡고, 콘라드역에는 이재우·박종석·허서명이 낙점됐다. 김기완·구현모·하지석이 알리로 분해 무대에 오른다.

해적은 거장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1863년 조셉 마질리에가 쓴 원작을 각색한 3막 발레극이다. 영국 시인 바이런이 쓴 서사시를 발레로 풀어냈다. 아돌프 아당이 작곡을 맡았다. 고전 발레지만 경쾌하고 시원한 전개가 도드라진 작품이다.

국립발레단은 당초 해적을 지난 6월 무대에 올리려고 했다. 발레극 ‘로미오와 줄리엣’ 원작 제작사에 안무도 맡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혀 무산됐다. 공연도 연기되자 국립발레단 단원 송정빈(사진)을 안무가로 위촉한 것이다. 지난달 27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송정빈은 “발레리노로서 처음 전막 발레 안무를 짰다”며 “원작이 주는 감동을 살리되 전개 속도는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3막 길이 공연을 2막으로 줄였다. 코로나19 탓에 대규모 공연을 열기 어려워서다. 대신 1막을 시작하는 코르 드 발레(군무)도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꿨다. 송정빈은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막을 줄인 만큼 안무를 원작보다 강렬하게 바꿨다”며 “여주인공(메도라·궐나라)들의 신분이 노예라는 설정도 뺐다. 여성 비하적인 내용을 삭제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했다. 원작이 주는 감동을 살리기 위해 주요 안무는 남겼다.

해적은 2막 세 명의 무용수가 추는 파 드 트루아(3인무)가 백미로 꼽힌다. 송정빈은 “3인무를 보려고 극장을 찾는 발레 팬이 많다”며 “내용은 달라졌지만 관객들이 원하는 춤은 살렸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발레 애호가들이 손꼽아 기다린 무대 중 하나다. 송정빈은 “관람객 설문조사 결과 ‘스파르타쿠스’에 이어 가장 보고 싶은 발레극 2위에 꼽힌 게 해적”이라며 “갈라 공연에서 토막춤만 접했던 관객들에게 전막을 선사하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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