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매출 비중이 큰 호텔신라의 실적 전망치가 반등하고 있다. 아직 하늘길은 열리지 않았지만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의 활동이 눈에 띄게 늘고 있고, 오는 11일 광군절과 연말 특수 등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벤트도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호텔신라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올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개월 전 -41억원에서 최근 -6억원으로 개선됐다. 적자가 유지될 전망이지만 3분기 -198억원에 비해서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내년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89억원, 239억원의 흑자가 예상된다.
호텔신라 실적 반등은 따이공 매출이 회복되는 것과 관련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시내 면세점의 매출은 지난 8월 14.7% 증가(전월 대비)했고 9월에도 6.2% 늘었다. 여행객 비중이 큰 출·입국장 면세점과 달리 시내 면세점은 따이공 이용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이 연말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장품 등 따이공 취급 품목의 중국 내 소비가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내 소비는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까지 올라왔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광군절 특수를 앞두고 화장품 수요 회복이 가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이날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각각 9만8000원, 8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이날 종가(7만4900원)보다 2만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의 실적 증가 추세가 매분기 확인되면서 주가도 반등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실적 개선 전망은 호텔신라에 국한됐다.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다른 면세점주는 부진이 비교적 더 길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호텔신라는 매출에서 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87.9%(지난 반기보고서 기준)에 달하지만 신세계(35.2%)와 현대백화점(19.4%)은 크지 않다. 이들 종목의 매출 비중은 호텔, 백화점 등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지속되는 분야가 훨씬 크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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