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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준칙을 뜬금없이 발표한 그 자체부터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재정지출이 급증하는 추세에서 국가채무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그때마다 주무부서인 기재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점을 들어 재정이 건전하다고 반박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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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정책과 통화정책에서 ‘준칙(rule)’을 도입하는 것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자유 재량적 여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이 때문에 첫째, 법적 근거는 가능한 한 최상위법에 둬야 하고 둘째, 관리기준은 엄격히 규정·적용해야 하며 셋째, 위반 시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전통적인 통화론자(현대통화론자와 구별)가 주장하는 통화준칙의 경우 물가 목표치를 2%로 설정했을 경우 기준물가 상승률이 목표선을 웃돌면 금리 인상, 밑돌면 금리 인하를 자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해 케인지언이 주장하는 중앙은행의 자유 재량적 여지를 배제시켰다.
‘3대 요건’ 중 한국형 재정준칙은 첫 번째 법적 근거 요건부터 법률체계상 하위에 속하는 ‘시행령’에 두고 있다. 기재부는 시행령도 법률과 같은 효력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재정준칙을 도입한 170개국 중 70%가 넘는 국가가 ‘헌법’이나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두 번째 요건인 관리기준도 ‘and’와 ‘or’ 중 어느 것이 더 엄격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한국형 재정준칙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통합 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 이내로 하되, 두 기준 중 하나만 요건을 맞춰도 가능하도록 했다. 어느 한 기준이 초과하더라도 다른 기준이 밑돌면 문제없다는 시각이다. 오히려 두 기준 중 어느 하나라도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엄격성’에 부합된다.
세 번째 이행 요건에서도 재정의 하방 경직성을 감안하면 선제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지금부터 이행해야 하는 ‘시급성’이 따라야 하지만 한국형 재정준칙은 2025년에 가서야 적용한다고 해 ‘많이 써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준칙’과 같은 법과 종전에 배웠던 이론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미래 예측까지 어려운 ‘뉴애브노멀’ 시대를 맞고 있다. 뉴노멀과 뉴애브노멀 시대에서는 재정준칙보다 현대통화론자(MMT)의 주장이 중하위 계층일수록 더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
“빚내서 더 쓰자”로 상징되는 현대통화이론은 엄격히 따지면 현대재정이론이다. Fed는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무제한 돈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같은 선상에서 재정정책도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빚내서 더 쓰겠다’고 솔직하게 호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증세를 통한 재정지출’에 피로가 많이 쌓인 국민에게 보다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주주 양도차액 과세 방안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