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대략 정해져 있다. 10명 중 9명은 ‘삼성’ 혹은 ‘LG’라고 답한다. 그만큼 두 브랜드가 국내 가전시장을 꽉 잡고 있다. 1위 바뀜도 치열하다. 누가 올해 신제품을 내놓았느냐에 따라, 누가 마케팅 비용을 더 많이 썼느냐에 따라 순위가 바뀐다.
‘사회적 평판’을 묻는 소셜임팩트 조사 결과는 이런 삼성과 LG 간 박빙의 경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를 가늠할 단초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LG전자는 작년 첫 조사에 이어 올해도 삼성전자를 제치고 대형가전과 환경가전, TV분야 소셜임팩트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소셜임팩트는 미래 시장 점유율의 가늠자
‘2020 한경-입소스-피앰아이 기업 소셜임팩트 조사(CSIS)’는 50개 브랜드의 사회적 평판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대형가전 분야에서 ‘가장 신뢰하는 브랜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9.2%가 LG전자를 선택했다. 삼성전자는 33.9%로 2위였다.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이 포함된 환경가전 분야에서도 LG전자는 48.8%로 삼성전자(33.1%)를 꺾었고, TV 분야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조사를 총괄한 입소스코리아의 정원 비즈니스컨설팅 그룹장은 “LG는 의인상을 수여하는 등 사회적으로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흥미로운 점은 LG를 선택한 응답자 대부분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진보라고 답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그룹장은 “삼성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막연한 충성심을 갖고 있는 이들로 과거 전통적인 마케팅의 결과물”이라며 “이에 비해 LG는 이것저것 써보면서 실험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품질 차이 적을수록 평판이 중요
식품, 패션, 주류 등 소비재시장도 브랜드 평판이 매출과 직결되는 대표적인 분야다. 제품별로 가격과 품질 편차가 압도적으로 나지 않는 만큼 시장 점유율도 엎치락뒤치락 빠르게 변한다.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얘기다.하지만 소셜임팩트를 기준으로 한 브랜드 순위에선 의미 있는 격차가 벌어졌다. 라면시장에선 오뚜기가 농심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격차가 13%포인트에 달했다. SNS에서 ‘갓뚜기’로 불리는 등 착한 기업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오뚜기는 1992년부터 심장병 어린이 수술 지원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소비자들과의 ‘세심한 소통’에서도 오뚜기가 농심을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소스 관계자는 “오뚜기는 함영준 회장이 2016년 상속세 1500억원을 전액 납부한 사실이 알려지고 직원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고용하면서 착한 기업이라는 입소문이 퍼졌다”며 “3세인 함연지 씨도 유튜브를 통해 소비자들과 적극 소통하고 있는 것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생수 부문에서도 열세
품질 차이를 내기 어려운 생수 부문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롯데칠성의 생수 브랜드인 아이시스가 지난해 3위(8.5%)에서 올해 2위(10.7%)로 상승했다. 환경을 생각해 업계 최초로 포장을 없앤 ‘무라벨 생수’를 내놓는 등 파격적인 시도를 한 것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위였던 농심 백산수는 4위(5.8%)로 밀려났다. 시장 점유율과 소셜임팩트 1위는 제주삼다수가 놓치지 않고 있다.치킨 프랜차이즈 부문에선 가맹점 이익을 중시해 매장 수를 무리하게 늘리지 않은 교촌치킨이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BBQ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청년 창업 지원에 나서고, 가맹점 상생에 앞장서면서 지난해 3위에서 올해 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5위였던 60계치킨은 ‘깨끗한 기름을 쓴다’는 브랜드 정체성 등을 앞세워 지난해 5위에서 올해 3위에 올랐다.
화장품 부문에선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헤라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는 3위 안에 들지 못했다. 두 회사는 뷰티업계의 맞수다. 실적에선 LG생활건강이 앞서고 있다.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 9646억원을 기록했다. 62분기 연속 성장세(영업익 기준)를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같은 기간 152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여전히 사회적 평판 측면에서 앞서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실적에서도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보라/송형석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