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에서 ‘7·10 부동산 대책’ 전후의 수도권 집합건물(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오피스 등) 증여 현황이 공개됐다. 대책 발표 전인 올해 상반기(1~6월) 수도권 집합건물의 월평균 증여 건수는 2831건이었다. 반면 7·10 대책 발표 직후인 7월 11일부터 8월 10일까지 한 달 동안은 수도권 집합건물 증여가 1만3515건으로 급증했다. 상반기 월평균 대비 4.8배로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발생한 증여가 7556건으로 특히 많았다. 전년 동기(1317건), 지난해 월평균(1042건) 등과 비교해도 크게 늘었다. 고가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는 집합건물 증여가 상반기 월평균 422건에서 이 기간 2509건으로 여섯 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7월 11일에서 8월 10일 사이 수도권에서 집합건물 증여가 이례적으로 급증한 건 7·10 대책의 일환으로 세법이 개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7·10 대책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기존 3.2%에서 6.0%로 인상했다. 서초구와 송파구에서 고가주택을 한 채씩 가진 다주택자의 경우 세율 인상 전 7000만원이던 종부세가 최고 1억3000만원까지 뛰게 된다.
결국 7·10 대책이 발표된 시점에 다주택자들은 보유 주택 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주택 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매도만 있는 게 아니다. 주택을 다른 가족에게 증여해도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증여세와 취득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종부세 증가폭이 워낙 커 증여세와 취득세 증가분을 상쇄할 정도가 됐다.
증여가 급증하자 정부는 7·10 대책 발표 직후 부랴부랴 증여취득세 인상을 추진했다. 인상안은 8월 4일 국회를 통과하고 같은 달 12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납세자들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증여취득세가 인상되는 8월 12일 전에 증여를 대부분 마친 것이다. 이 때문에 7~8월 증여 건수가 평소보다 크게 늘어났다.
정부의 조세정책 변화에 납세자들이 기민하게 대응한 사례는 많았다. 최근에는 반응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똑똑한 납세자’가 더 늘어난 것이다. 반면 정책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느린 납세자’는 상승한 보유세를 그대로 부담하거나 아파트를 매각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와 비슷한 일들이 앞으로도 반복된다는 것이다.
우병탁 <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겸 세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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