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인터넷 놀이터이자 스트레스 해소 창구다. 요즘은 지역별 맘카페가 잘 운영되면서 육아나 생활 정보를 공유하고 동네의 여론 창구 역할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부작용도 있다.
출산한지 1년 된 A 씨는 남편이 타지에 식당을 차리면서 이사를 하게 됐다. 가게를 오픈한지 얼마 안 돼 남편은 일뿐이었다. 속 터놓을 곳 없는 A 씨는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지역을 대표하는 맘카페에 가입했다.
초보 엄마인 A 씨는 맘카페에서 육아에 대한 조언을 얻고, 비슷한 상황의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를 받았다. 회원들과 소통하다 유독 A 씨의 글에 자주 댓글을 다는 B 씨 를 눈여겨보게 됐다.
B 씨는 "내가 단체 톡방을 하고 있는데 같은 지역 엄마들끼리 함께 어울려 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동네 엄마들끼리 시간 될 때 모여서 커피 한잔하고 육아 소통하는 방"이라고 했다.
A 씨는 동네 친구를 사귈 수 있겠다 싶어 메신저 대화방에 들어갔다. 13명의 엄마들이 반겨주며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기가 자는 시간엔 단체톡방을 통해 서로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최근 톡방 공지에 '00월00일 밤 10시 XX술집' 이라는 메모가 떴다. 알고 보니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술자리를 갖는 것이었다.
A 씨도 모임에 나오라는 '강요 아닌 강요'를 받았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나가기 좀 그렇다. 괜찮아 지면 나가겠다"고 했다. 서너 번 제안을 거부했더니 톡방 멤버 C 씨가 티 나게 기분 나쁜 기색을 보였다.
대화창에 C 씨는 "근데 모임 참석 못 하는 사람은 남편이 애도 안 봐주나?"라며 "정말 불쌍하다. 그런 남자랑 왜 사냐"고 메시지를 남겼다.
또 "참석은 자유지만 너무 안 나오면 그냥 내보내자. 방 분위기 흐려진다", "술 강요도 안하는데 참석 좀 하세요~ 프로필사진 본인 맞나? 예쁘던데 이 정도면 도용 의심해보자"라는 말로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A 씨를 비꼬았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엄마 2명은 중고물품 거래 때문에 만난 적 있었다. 이들이 "사진 A 씨 맞아"라고 해서 의심에선 간신히 벗어났다.
문제는 단톡방 멤버들은 A 씨 신랑의 음식점에서 모이면서다. B 씨가 "A, 너희 남편 가게에 와있어. 얼른 와"라고 연락한 것.
A 씨는 황급히 남편에게 "아기 엄마들 갔냐"고 물었고 남편은 "와, 진짜...와서 보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식당에 부랴부랴 달려갔더니 엄마들 5명, 아빠들 3명, 아기들 8명이 테이블 3개 붙이고 앉아 술을 먹고 있었다. 테이블 위 술만 10병이 넘었고 아이들은 각자 태블릿 피씨,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A 씨가 가게에 도착하니 한 엄마가 "왜 이제 왔냐"며 "가게 너무 좋은데 우리 서비스 좀 줘"라고 말하며 웃었다.
당황한 A 씨는 "너무 많이 드신 거 아니냐"면서 "저희 가게도 문 닫아야 하니 자리 옮기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게 문 닫고 우리끼리 더 먹자"고 성화였다. 아이 때문에 들어가 봐야 한다고 거절했지만 "우리가 손님도 아니고 뭘 이렇게 빡빡하게 구냐"고 언성을 높였다.
A 씨는 최대한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C 씨는 "그냥 다른데 가자"고 일행에게 말하며 "A, 너 단톡 나가라. 방장 언니, 그냥 쟤 강퇴시켜"라며 화를 냈다.
그 자리에서 A 씨는 단체톡방에서 나갔다. 그는 "모임에 참석 안한 엄마들이 왜 나갔냐고 계속 연락 오더라. 그냥 맘카페도 탈퇴해 버렸다. 애 키우는 엄마로서 이해가 안간다. 맘카페 친목은 이런건가?"라고 분노했다.
네티즌들은 "정보 공유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되지만 독박 육아, 남편 욕을 하며 똘똘 뭉치는 곳. '맘충'이 맘카페에서 생겨 나왔다"고 지적했다. 또 "멀쩡한 사람은 알아서 나가고, 진상만 남게 되는 것", "무시하고 사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듯", "남편 가게는 왜 알려줬나. 맘카페에 안좋은 글이라도 올리면 어떡하려고", "괜히 누명쓰고 억울한 일 생길까 봐 걱정된다", "맘카페에서 친목 맺지 말라. 조용히 정보만 보면 된다", "세력 만들어서 왕따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함", "맘충 집결지다. 쓸데없이 엮이면 정말 피곤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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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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