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손자가 두 팔을 벌려 거대한 나무를 안아주고 있다. 나무 전체를 감싸려면 적어도 스무 명 정도가 손을 이어 잡아야 할 것 같다. 저술가이자 사진기자인 김남덕 씨가 강원 원주 반계리에서 담은 은행나무인데, 수령이 800~1000년 정도로 추정된다. 이 나무는 성주 이씨의 선조가 심었다고도 하고, 길을 가던 한 승려가 꽂은 지팡이가 자란 것이라고도 한다. 고목인데도 아직 건강한 이유가 줄기 안에 흰 뱀이 살고 있어서란 이야기가 내려온다. 또한 가을에 이 나무의 잎이 동시에 노랗게 물들면 풍년이 온다는 전설도 있다.
김씨는 15년 동안 강원도 곳곳을 다니며 촬영한 65그루 고목과 그들에 얽힌 이야기로 《큰 나무》란 책을 엮었다. 그 속에는 화가 박수근이 작품의 모델로 삼았던 느릅나무, 사람의 꿈속에 나타나 자기의 위험을 알린 느티나무 등 인간과 교감하며 오랜 세월을 살아온 거목들이 등장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의 많은 생명체 가운데, 나무처럼 사람에게 많은 것을 베푸는 것은 없다. 땔감과 목재로 쓰이면서도 때론 마을의 수호신이 되어 사람들이 마음을 기대게 해준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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