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활동의 새로운 정의 필요”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VBA 2020 코리아’ 세미나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화두로 던졌다. VBA는 ESG 측정과 표준화를 위해 지난해 설립된 글로벌 기업 연합체로 국내에서는 SK가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국내에서 처음 열린 VBA 세미나에서 영상으로 환영사를 한 최 회장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팬데믹, 기후 변화 등으로 기업의 역할, 경영의 새로운 원칙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 고려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와 더불어 성장할 수 있도록 ESG를 기업 경영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선 이미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과 이에 따른 성과를 측정해 공시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며 “ESG 측정과 표준화, 더 나아가 경제적 가치의 통합을 우리 사회에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논의하고 고민해 가면서 발전시켜야 한다는 방법론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지혜의 시작은 용어의 정리’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빌려 “지금은 기업 활동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때”라며 “한국이 ESG 측정과 표준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SK가 기여하겠다”고 했다.
“회계 시스템 뜯어고쳐야”
세미나에선 ESG 경영의 객관적 평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나왔다.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조지 세라핌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ESG 반영을 위한 회계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회계 시스템은 환경, 사회, 인적 자본 등을 간과하도록 돼 있다”며 “이로 인해 기업이 자원 배분에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속 가능하지도, 포용적이지도 않은 경제체제 안에 살고 있는 것은 ESG를 회계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은 패널 토론에서 “ESG 정보의 소비자 또는 수혜자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논란이 있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ESG 정보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선 표준화된 정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장지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위원회 위원장은 “경제 규모와 국가 위상으로 볼 때 ESG 기준 표준화에 한국이 충분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VBA가 기업의 환경 성과를 재무제표에 반영함으로써 기업가치와 연동하는 녹색회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며 “더 많은 한국 기업이 참여하고 결과를 공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