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숨겨진 ‘큰손’ 후원자였음이 밝혀졌다. MS의 주요 임원들이 조용히 바이든 후보 측에 기부금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외면하지도 않았던 점이 드러나며 ‘줄타기’ 로비에도 탁월한 회사라는 평가가 미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간) MS의 주요 임원들이 조용히 바이든 후보에게 후원금을 기부해 왔다가 보도했다. 미 정치자금 추적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기부금 규모는 바이든 후보의 대선캠프에서 네 번째로 많았다. 스미스 사장의 경우 지난해 바이든 후보를 위한 기부금 모금 행사를 개최했고, 바이든 후보에게 대규모 자금을 모아다 주는 이른바 빅 달러 번들러(big dollar bundler) 중 하나다.
MS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케빈 스콧 부부는 바이든 후보 측에 5만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MS의 이사회 구성원이자 링크드인의 창업자인 리드 호프만 부부는 50만달러 이상의 후원금을 바이든 후보 측에 냈다. MS의 다른 경영진도 웬만한 기업 못지않은 규모의 후원금을 바이든 후보에게 쾌척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맥스 모란 연구원은 “MS는 다른 대형 기술기업보다 더 오랜 기간 정치활동을 해 왔다”며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서 ‘게임’을 할 줄 안다”고 평가했다.
MS 경영진 대다수가 친 바이든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을 아주 외면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친 민주당 성향이 강한 미 기술기업 대부분이 공화당 기부를 많이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스미스 MS 사장은 민주당을 공식 후원하는 동시에 뒤로는 공화당에 1만5000달러를 기부하는 등 트럼프 진영과도 관계를 이어왔다.
미 현지에서는 다른 대형기술기업들에 비해 MS가 정부의 견제를 적게 받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이 반독점 소송을 당하면서 검색엔진 빙을 보유하고 있는 MS에는 호재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구글 등의 반독점 여부를 조사해 최근 보고서를 낸 미 하원 소위원회에 스미스 사장이 올 초 접촉하기도 했다. 또한 MS는 아마존을 꺾고 미 국방부로부터 100억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프로젝트를 올 초 수주하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