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은 이후 사망한 사람이 59명까지 불어났다. 지난 23일까지 관련 사망자가 36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틀 만에 23명이 추가로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독감백신 접종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역학조사, 부검 결과 등 분석이 끝난 46명을 보면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피해조사반, 46명 사인 분석 완료…"백신 접종과 관련성 적다" 결론
질병관리청은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2021절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현황' 자료를 발표했다. 독감백신 사망신고는 24일 48명에서 25일 59건으로 늘었다. 연령대를 보면 70대와 80대가 각 26명, 60대 미만 5명, 60대 2명이다. 60대 이상이 59명 중 54명(91.53%)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사망자를 포함한 전체 이상반응 신고는 총 1231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아직까지 백신과의 인과성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백신접종 후 숨을 거두는 사례가 급증하자 전날 예방접종피해조사반 신속대응 회의를 열어 사망자 20명의 사인을 분석했다. 피해조사반은 20명 가운데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급성 이상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 사례는 없는 것으로 봤다.
이들은 20명 모두 동일 의료기관, 동일 날짜, 동일 제조번호 접종자들로 이상반응 여부를 확인한 결과, 접종한 부위 통증 등 경증 이상반응 외에 중증 이상반응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피해조사반은 이를 토대로 백신 이상이나 접종 과정 오류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앞서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등 전문가들은 1차로 다른 사망자 26명에 대한 사인을 검토한 결과 접종과의 인과 관계가 매우 낮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현재까지 사망자 59명 중 46명에 대해서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인과성이 낮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46명에 대한 기초조사와 역학조사, 부검 결과 등을 검토해 △ 사망자에게 백신 이상반응으로 추정되는 소견이 없고 △ 심혈관계 질환, 뇌혈관계 질환, 당뇨, 간경화, 부정맥, 만성폐질환, 암 등 기저질환 악화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높으며 △ 부검 결과 대동맥 박리, 뇌출혈, 폐동맥 혈전색전증 등 명백한 다른 사인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사망자 59명 중 같은 제조번호 백신 제품(14개)을 맞고 사망한 사람은 총 36명이었다. 단 피해조사반은 이 가운데 백신과 사망 간 연관성이 확인된 경우는 없다고 전했다.
질병청 "백신 접종 사업 추진…제품 신뢰성 문제로 보기 어려워"
질병관리청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박영준 역학조사분석담당관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행정적·물리적 어려움을 고려하기보다는 항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적정 시기에 어르신들에게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었다"면서 "위원회 심의를 거쳐 현재 예방접종을 지속하자고 결정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영준 담당관은 또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데 접종 시기도 늦추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질의에는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개인위생 수칙 준수가 강화됐고 변수도 많은 상황에서 실제 언제쯤 피크(정점)가 될지 예측이 어렵다"면서 "지속해서 감시하면서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한편 국내에서 독감 백신 뒤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자 싱가포르에서는 관련 백신 제품의 사용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선규 예방접종관리과장은 "특정 제조사의 특정 제품에 국한돼 이상반응 신고가 이뤄지진는 않고 있어 제품 신뢰성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며 "이상반응 사례에 대해 백신과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을 계속 살펴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조사 중인 나머지 13명을 비롯해 추가 신고 사례에 대해서도 피해조사반 회의를 열어 인과성을 분석할 계획이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