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공부한 창업 2세들은 옷에 기름때 묻는 전통 제조업보다는 ‘폼 나고 멋진’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을 원한다. 고달픈 기러기 생활에 노조도 골칫거리니 이참에 회사를 팔자고 아버지를 설득하고 싶을 것이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지분을 다른 곳에 넘기고 차익을 남기는 PEF의 타깃으로 안성맞춤이다. ‘기업 사냥꾼’이란 악명이 PEF업계에 따라다니는 이유다.
요즘엔 PEF 관계자들이 엉뚱한 이유로 눈총을 받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사모펀드가 연일 신문과 방송 뉴스 제목으로 오르내리고 있어서다. 자산운용사들이 소수의 자산가로부터 자금을 모아 세우는 사모펀드의 정식 명칭은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다. 흔히 PEF로 부르는 사모펀드는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다. 성격과 기능이 완전히 다르지만 통상 사모펀드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바람에 전문가가 아니면 헷갈리기 십상이다.
정작 PEF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적잖은 고충을 토로한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이 많아서인지 국내 PEF들은 여러 규제에 막혀 있다. 지분을 인수하려면 10% 이상 의결권을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하고 이사도 반드시 선임해야 한다. 덩치가 큰 기업에는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회사 크래프톤이 연초에 상장 전 투자유치를 위해 지분 일부를 내놨을 때 국내 PEF들은 이런 제한 때문에 참여조차 하지 못했다. 이 지분은 홍콩계 투자회사로 넘어갔다. PEF가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들이면 2년 이내에 주식으로 반드시 전환해야 한다. PEF의 중장기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형태) 투자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걸림돌로 꼽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가 내놨던 각종 지원책이 종료 또는 축소되고 있다. 연말부터 기업 매물이 본격적으로 쏟아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산업·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PEF가 맡는 긍정적인 역할을 부인할 수 없다면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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