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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보다 부동산? "빚 내 집 산 대리가 무주택 상무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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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인사평가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직장인들의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다는 평이다. 누가 승진할지, 누가 옷을 벗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최근 부동산, 주식 등 월급 외에 재산 증식 수단이 늘어나면서 인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집값이 오르니 승진 풍토가 달라졌다"는 글이 게재됐다. "빚을 내 집을 산 대리가 무주택자인 상무보다 낫다"는 게시물 내용에 댓글이 200개가 넘게 달렸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도 '회사는 그저 대출 상환용'이라는 글이 게재됐다. "회사에 충성하며 시간을 보내고 승진하는 것보다, 퇴근 후 부동산, 주식을 공부하고 투자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것.

과거 '평생직장'이라 불리며, 직장이 인생의 1순위였던 기성세대들과 최근 젊은 직장인들은 확실히 다른 분위기라는 게 공통적인 반응이다. "승진은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수준", "회사에 충성하고, 승진이 빨라봐야 퇴사만 빨라진다", "임금 모아봐야 집값 오르는 거 못 따라간다"는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폭등한 부동산과 무관하지 않다.

현실에서도 '대리와 상무'의 부동산 격차를 체감할 수 있다. 스타들의 부동산 투자 공식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파트 구입 사실을 밝힌 하석진은 직장 내 집 산 대리다. 그는 부동산 정책의 혜택(?)을 톡톡히 본 수혜자로 2017년 23억원에 매입한 공급면적 119.63㎡(36평) 아파트는 현재 시세가 35억에 달한다. 반면 비슷한 시기 아파트 구입을 저울질하던 배우 김광규는 무주택자 상무와 흡사하다. 김광규는 "집을 사라"는 부동산 사장님의 말을 듣지 않고 "집값이 안정될 것이다"라는 뉴스만 믿고 기다리다가 4년 만에 같은 집 가격이 10억이 뛰는 것을 보고 망연자실한 상태다. 그는 현재 사는 월세집을 바라보는 것만도 고통이라고 말한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현 정부 들어서만 무려 약 4억원(65%)이 상승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집값 상승세가 진정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철저한 신임을 받고 있는 '역대 최장수' 국토부장관은 취임 후 23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 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1분위(하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4억4892만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3.9%, 2년 전과 비교하면 35.2% 올랐다.

1분위 아파트 가격은 최초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12월부터 2015년 11월까지는 2억 5000만원 이하 박스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5년 12월 2억5000만 원 선을 넘어선 이후 2년 만에 3억원, 2018년 12월엔 3억 5000만 원을 돌파했다. 지난달에는 서울 2분위(하위40%) 아파트 값도 사상 처음으로 7억원을 돌파했다.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정책이 발표될수록 집값은 더 오르고,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전세가 폭등했다. 지난 7월엔 임대차 보호법 시행으로 전세 물량이 줄면서 월세까지 오르고 있는 것. 거주 요건이 강화되고 계약갱신 청구권이 시행되면서 전세 매물이 부족해진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엔 경기도 비규제지역인 파주, 여주, 양평 등도 들썩이고 있다는 평이다. 과거 미분양 아파트가 발생했던 지역이지만, 최근엔 준 신축 아파트값이 신고가를 연일 경신하면 '새 아파트는 로또'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졸지에 '전세난민'이 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산증인으로 불린다. 경제사령탑인 홍 부총리마저 거주 중인 서울 마포구 아파트 전세 계약 갱신이 거부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급기야 "홍남기 부총리에게 집을 제공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저는 현재 부총리님께서 거주하시는 마포구 바로 옆 아파트 보유자다"라면서 "요즘 한 나라의 경제수장이자 이 나라를 대표하는 관료인 홍남기 부총리님께서 국격에 걸맞지 않게 마포 전세, 의왕 집 매도 문제로 인해 매일 조롱거리 기사에, 인터넷 카페, 단톡방 등에서 동네 바보형 취급 받는 현실에 심한 통탄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국의 경제 수장으로서 우리 국민들을 위해 매일 24시간 부동산 경제 고민 해결에만 온 힘을 쏟아 부으셔도 힘드시다"라며 "부동산 문제라도 걱정을 덜어드려야 하는데 마침 내년초 비울 수 있는 매물을 보유하고 있으니 연락달라"고 조롱섞인 글을 마무리 했다.

이미나/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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