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로들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면전에서 “야당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박관용 전 국회의장(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의장·사진)은 20일 상임고문단회의에 참석해 김 위원장을 마주본 자리에서 “할 말은 해야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야당이 야당 역할을 못 한다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의장의 발언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 위원장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당의 변화를 강조한 직후 나왔다.
박 전 의장은 “야당은 여당을 비판하고 새로운 정책을 개발해 다음 정권을 잡는 정당”이라며 “야당은 여당보다 훨씬 더 열정적, 적극적이어야 하고 여당에 대해 비판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김 위원장이 ‘기업규제 3법’에 찬성하는 등 정부·여당에 일부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 것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에도 박 전 의장은 “당이 ‘사고 정당’ 상태인데 전당대회를 언제 할 것이냐” 등을 묻기도 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김 위원장은 박 전 의장의 쓴소리가 이어지자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17대 의원을 지낸 문희 상임고문은 “우리 당은 여성에 대해 아주 무시하는 작전을 쓰는지 여성 다선이 없다”며 여성 서울·부산시장 후보 배출을 주문했다. 이연숙 상임고문도 “정치를 떠나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우리 당에) 눈에 띄는 게 없다”며 “여성 문제, 생활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원로들의 쓴소리를 들은 주호영 원내대표는 “저쪽(여당)이 무지막지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오늘 꾸중도 좀 듣고, (상임고문들이) 가르쳐주면 원내 전략 등에 지혜를 얻어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