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젊은 지휘자 윌슨 응의 성공적인 데뷔 무대였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 연주회(사진)에서 윌슨 응은 패기와 열정이 넘치는 지휘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의 매력을 뿜어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황 연주에 목말랐던 청중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명연이었다.
지난해 서울시향 부지휘자에 취임한 이후 처음 맡겨진 정기 연주회여서 부담도 적지 않았을 텐데 지휘봉을 잡은 그의 모습엔 흔들림이 없었다. 올해 7월 코로나19 사태 속에 온갖 악조건을 뚫고 참가한 독일 말러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3위에 오른 공력을 유감없이 발산했다.
첫 곡은 코다이의 ‘갈란타 무곡’. 진중한 관현악 선율로 시작해 헝가리 갈란타 지역의 다양한 민속 춤곡들이 변화무쌍하게 등장하는 곡을 탁월한 ‘밀당’ 감각으로 소화해내며 청중의 기대를 높였다. 이어진 글라주노프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선 침착함이 돋보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의 카리스마 넘치고 표정이 풍부한 연주를 착실히 뒷받침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19세 쇼스타코비치의 젊은 감성과 야심이 담긴 교항곡 1번. 다양한 악기의 독주와 실내악적 특성, 고전음악부터 낭만음악, 현대음악의 성격이 혼재돼 혼란스럽기까지 한 음악을 윌슨 응은 그만의 템포와 해석으로 풍부하고 다채롭게 풀어냈다. 4악장 중반 강력한 팀파니의 울림부터 바이올린과 첼로의 애잔하면서도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긴장이 팽팽한 독주에 이어 휘몰아치는 종결부에서는 자신감 넘치고 열정적인 지휘로 강렬한 에너지를 이끌어냈다. 웨인 린 부악장(바이올린)과 객원으로 참여한 주연선(첼로) 등 서울시향 단원들의 노련하고 집중력 있는 연주가 윌슨 응의 데뷔 무대를 한층 빛나게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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