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이 유상증자를 앞둔 자회사 한진의 신주인수권증서를 대거 사들였다. 적극적으로 지분을 늘려 한진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탄탄히 다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 12일 한진 신주인수권증서 9만4368만주를 장외에서 사들였다. 이번 거래로 한진칼이 한진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받게 될 신주 물량은 종전 56만1767주에서 65만6135주로 크게 늘었다. 한진칼이 초과청약 계획을 밝혔음을 고려하면 증자 과정에서 한진 지분을 더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진 신주인수권증서는 지난 13일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한진칼이 한진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핵심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확실히 지키기 위해서다. 한진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KCGI가 지분을 보유 중인 또 다른 한진그룹 계열사다. KCGI가 지난 2분기 한진칼 지분 확보 경쟁에 집중하기 위해 한진 지분을 10.17%에서 3.20%로 줄이긴 했지만 아직 안도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최근 섬유업체 경방이 한진 지분을 대거 늘린 것도 한진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경방은 지난 3월 한진 지분 3.47%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한진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김담 사장과 에나에스테이트, 빌링앤네트워크솔루션즈, 이매진 등 계열사 보유 물량까지 더하면 경방 측 지분율은 총 9.95%에 달한다. 한진칼 다음으로 많다.
경방은 지난 15일 자사가 최대 출자자인 사모펀드(에이치와이케이제일호)에 직접 보유 중인 한진 지분 8.05%를 모두 넘겼다. 에이치와이케이제일호는 한우제 전 한화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지난 3월 세운 자산운용사인 에이치와이케이파트너스가 만든 펀드로 경방으로부터 900억원을 출자받았다. 단순한 주식 투자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투자 규모가 크고 방법도 정교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한진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한진칼이 얼마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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